brunch
브런치북 인생수업 01화

대선배가 본 현대의 후배작품들

나만의 상상으로 1년 전 미술을 알기 전 본 관점으로



우리 시대의 화가는 신의 눈과 겨루었지만, 현대의 화가는 제도와 돈의 눈을 비웃는군.

기술은 사라졌고, 장인정신은 조롱거리가 되었으며, 남은 건 관객이 당황하는 얼굴을 작품 삼는 풍경일세.

아마도 그들의 가장 리얼한 재현은 인간의 혼란과 허무일지도 모르겠군.”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세계를 캔버스에 불러내려 피와 땀을 흘렸네.

대리석에서 살결이 돋아나고, 그림 속 인물이 숨 쉬듯 살아 움직이도록 온 생애를 바쳤지.

그런데 오늘날의 미술관에 들어서면, 나를 맞이하는 것은 내가 알던 ‘재현’이 아니더군.


마크 로스코는 캔버스에 단순한 색 덩어리를 두 개 얹어놓고 “심연을 바라보라” 속삭인다네.

10b3ab881cd8a.jpeg

더 실용적인 게 있는데

01.png


잭슨 폴록은 붓조차 거부하고, 마당에서 페인트를 흩뿌리며 “행위가 곧 예술”이라 외치지.

다운로드 (2).jpg


마르셀 뒤샹은 변기를 옮겨와서는 “이것도 예술”이라 뻔뻔히 세워두었고,

crth0p3atjqblm6j6g5e2r00co.jpg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바나나 하나를 벽에 붙여놓고 관람객들의 눈빛을 작품 삼아 버렸지.

다운로드 (3).jpg


내 눈에는 기술도, 혼도, 장인정신도 사라진 듯 보인다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조롱하는 대상은 나의 붓질이 아니라 ‘예술이 무엇인가’ 묻지 않고 소비만 하는 세상일지도 모르지.

우리 시대는 신의 시선을 모방하려 애썼고, 이 시대는 관객의 당황한 표정을 재현하는군.

결국 시대마다 예술은 달라지지만, 공통된 건 한 가지일세. 그림이든 변기든, 심지어 테이프 붙인 바나나라도, 사람들의 가슴에 질문 하나 남겼다면 이미 제 역할은 다한 것이겠지.

그러니 그대, 미술을 잘 몰라도 괜찮네.

다만 작품 앞에서 “이게 뭐야?” 하고 웃거나 고개를 갸웃거린 순간, 이미 현대미술의 덫에 걸려든 것이니.

이해하려 하지 마세

어려워하지 마세


“빛도 그림자도 없이, 생명과 형체를 다 지워내고 남은 것은 오직 감정의 원형이 군. 나의 손끝은 대리석의 숨결을 불어넣지만, 그들은 색과 선의 파편으로 영혼을 불러내고 있네. 설명할 수 없으니, 아마 이것이야말로 가장 솔직한 시대의 심장이겠지.”


“이건 조각도, 그림도 아니군. 하지만 일상의 사물에 예술의 이름을 붙여 예술의 문턱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렸어. 장인의 손이 만든 생명은 없지만, 사고를 뒤집는 충격은 있지. 불편할 만큼 낯설지만, 그 낯섦이 바로 힘이네.”


“한낱 과일과 테이프지만, 저 위에 붙어 있는 건 바나나가 아니라 ‘예술의 값어치’라는 질문이군. 썩어가는 순간조차 작품의 일부가 된다니, 영원히 남길 수 없는 예술의 허무와 아이러니를 드러낸 셈이지. 기술은 없으되, 도발은 살아 있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