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
사람의 모습으로 태어나, 사람의 말을 배우고, 사람들 사이에 있는 듯 없는 듯 끼어 살면서, 가끔은 나보다 큰 사람들에게 쥐어박히기도 하고 어쩌다 나보다 작은 이들에게는 값어치 없는 너그러운 미소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것은 오로지 나만이 할수 있는 고귀한 인류애라 자부한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적당히 불합리하고
적당히 비겁해야 한다.
세상 불의와 불공평에 적당히 타협하며 그것이 곧 다른 사람들처럼 평폄하게 사는 거라 일반화하며..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이 내게 부여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단 반드시 꼭 적당히여야만 한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할 만큼... 아니 알아차려도 무시해 줄 수 있을 만큼이어야 한다.
딱 그만큼..적당히..
바쁜 아침 혹은 이른 새벽에 사람들 틈에 끼어 이리저리 흘러 걸어도 나는 보이지가 않는다. 작은 발엔 용케 건져 신은 한 켤레의 신발로 역시나 내 신발이 빛나고 있지 않음에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려야한다. 마저 들키지 않고 조용히 휩쓸리듯 이 걸음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밀려도 나는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넘어져도 아프다 하지 않을 것이다.
벽을 잡고 일어서지도 않아야 한다.
무릎이 삭아 부서져도 나는 내 다리로 일어날 것이다.
언젠가 이 거룩한 행진이 끝나는 날에, 앞으로 불려 나가 상을 받고 박수를 받지는 못해도 그래도 어딘가 한 구석에서 내 고단한 다리를 펴고 앉아 있을 자격이 생길 테니까... 그것이 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