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의 커피숍

by 이희숙

햇살이 좋고 바람이 따뜻한 날이면 사람들의 움직임도 함께 바빠진다.

여행 온 사람들의 웃음소리, 가이드의 설명, 여럿이 함께 걷는 발걸음 소리가 거리를 채운다.

토요일 아침의 커피숍은 그런 사람들의 일상과 여행, 계획과 기대를 담아 조용한 아침을 깨운다.

커피숍의 문을 여는 순간 한 외국인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문 열었나요?"

나는 미소로 대답하고 주문을 받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딸과 손녀들이 들어왔다.

그중 큰 손녀는 영어로 말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외국인을 보더니 얼굴이 환해지면서 숨을 크게 들여 마신다.

얼마 전 공주의 날(Princess Day) 행사가 있었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기 위한 행사로 겨울왕국 엘사, 신데렐라처럼 공주 의상을 입고 "예 하루"를 보내는 행사이다.

공주 근방의 도시에 사는 수많은 공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손녀는 그 행사에 참여한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 있게 늘어놓는다.

공주 드레스를 입고 작은 왕관을 쓰고 줄을 서서 기다리던 순간 차례가 오자 차에 올라 손을 흔들며 퍼레이드를 하던 기억, 지금 단지 여섯 살 일 뿐인데 문장을 이루는 영어표현, 발음과 표정에서 자신감이 넘친다.

아마 자신이 공부하는 영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던 것 같다.

그 아이를 보며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더 좋아지며

그것은 결국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는 것을.

살다 보면 우리는 여러 사람을 만난다.

우연일 수도 있고 삶의 흐름 속에서 만난 인연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자주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마주 하게 된다.

그들의 말 한마디 혹은 태도 하나에도 삶을 대하는 진심이 묻어나 마음에 동요를 일으키며 내면의 성장을 돕는다.

열정을 가진 사람과 마주하게 되면 마음속에 흐려졌던 감정이 분명한 목적을 향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고 느끼게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해 가고 있는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르익는 커피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