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커피숍

by 이희숙


커피숍 안의 화분에 물을 주려고 밖로 내다 놓으면 줄기와 잎들이 해를 향해 뻗어 나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차 밑으로 고양이는 들어 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다.

영화 "사랑과 영혼" 지막 장면에서 자 배우 "패트릭 스웨즈는 섬광처럼 빛이 환하게 비치는 곳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발걸음을 떼며 빛 속으로 어 들어가며 사라지게 된다.

늘 교회에서 들었던 설교의 제목도 빛으로 오신 예수님이다.

영어성경구절이 마음에 와닿는다.

Jesus spoke, l am the light of the world. Whoever followe me will never walk in darkness but will have the light of life .


며칠 전 내린 의 여파로 바깥 날씨는 주 많이 추워졌다.

침청소를 하다 보면 뒷마무리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다. "커피숍을 여셨나요"라며 30개월 된 아기와 젊은 부부가 들어오면서 지난 봄에도 커피숍의 첫 손님으로 왔었다고 말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군산에서 왔다고 했던 손님들이 생각이 난다.

"군산에서 오셨어요"라고 말했을 때 "어떻게 아셨나요" 응답하며 궁금해한다.

그렇게 말문을 트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얼마 전에 바람을 쐬고 싶어 해 질 녘 군산 은파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젊은 부부는 우리는 바람을 쐬러 공주로 온다고 말한다.

공주 사람인 나는 군산으로 힐링을 하러 가고, 군산 사람인 그들은 공주로 힐링을 온다는 것이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커피숍밖에서 누군가 호두파이와 옥수수빵 갓식빵의 배너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다.

러더니 커피숍 안으로 들어온다. 빵의 이맛 저맛을 궁금해하는 그들에게 식감이 다른 옥수수빵에 대해 설명하자 그들은 전에 우리가 살았던 아파트에 살고 있다며 그동안 제민천을 걷지 않았는데 오늘은 금학동에서 제민천 아래 데크까지 걷다 보니 꽤나 길게 느껴지고 운동량도 많았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을 말하며 웃으면서 빵과 음료를 사 가지고 간다.


토요일 오후 제민천변엔 각 부스들이 세워지며 작은 축제를 준비하는 것 같다.

천안에서 근무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여유 있게 웃으며 커피숍에 들어선다.

시 연수가 있나요 묻자 그냥 가끔 공주에 들른다며 공주의 변모해 가는 모습이 신기하다고 말한다.

의 글을 통해 이런저런 공주 이야기 듣게 된다고 반가워한다.

피숍은 사람들과의 연결 소통의 공간으로 친밀감을 높여준다. 커피숍은 서로의 이야기가 오가는 소통의 공간이다.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한층 더 가깝게 만들어 준다.


씨가 추워지 따뜻한 사랑 영화 "노트북"이 오른다.

오후시간이면 양로원에 찾아 와 책을 읽어 주는 할아버지가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누구일까 궁금했었다.

할아버지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매일 찾아 와 할머니에게 다정하게 책을 읽어준다.

할머니는 치매에 걸려 할아버지를 알아 볼 수 없지만 할아버지의 지극정성을 쏟는 관심과 사랑은 햇빛에 반사되어 차가운 고드름이 눈 녹듯 녹아 내리는 풍경처럼 따뜻하게 내 마음에 내려 앉는다.

두 사람의 젊은 시절 열정 가득한 사랑 이야기를 차분히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나의 마음은 그 사랑 안에 오래도록 머물게 한다.

날씨가 차가워지고 나이도 들어가니 그런 사랑 이야기가 더욱 깊게 마음에 스며든다.

영화 "스틸엘리스"도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다.

여자 주인공이 집으로 돌아와 조깅을 하던 중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 단어 하나에 멈춰 서고 언어학 교수로 강단에 서서도 더 이상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단어에 절망한다. 심지어 가족과의 약속까지 잊어버리며 혼란에 빠지는 모습을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증세는 점점 더 악화되고 막내딸과 시간을 보내며 서로가 잊지 않으려 애쓴 단어 "사랑"을 기억해 낸다.


어찌 보면 커피숍의 일상도

누군가를 기억하고

누군가와의 소중한 만남을 기뻐하며

순간순간에 진심을 담아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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