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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by 이희숙

요즈음 아침

갓 볶은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시며 시작하는 하루는 뽀글뽀글 부풀어 오르는 신선한 거품만큼이나 상큼하며 활기차다.

커피와 빵의 어울림은 가히 환상적인 궁합이다.

삶은 달걀이나 과일 야채 등에 가벼운 소스를 올려 커피와 함께하는 브런치는 아침식사로 충분하며 여유와 낭만을 즐길 수 있어 자주 먹게 된다.


로스팅, 커피숍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로망이다.

금박 두른 화려하고 멋진 기계, 온 공간을 휘돌아 감는 감당할 수 없는 커피 향기는

무엇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감에 빠져들게 한다.

아주 짧은 시간 많은 변수들에 의해 커피의 맛이 결정되는 로스팅 과정은 적당한 긴장감과 다이나믹한 요소들이 있어 재미를 더 하게 한다.

오랜 기간 로스팅을 해 온 프로페셔널한 로스터를 보면 커피원두에 맛과 향의 철학을 담은 듯한 그래서 깊이가 있는 최상의 맛을 가진 커피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로스팅을 위한 커피에 대한 배경 지식을 조금씩 혀가는 것 또한 커피숍의 운영에 흥미를 더해 준다.

낯선 분야에 대한 새로운 도전은 삶에 대한 의욕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남편은 말한다.

퇴직 후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연금돌이가 되었다면 인생 다 산 사람처럼 되었을 거라고.


새해 첫날 손녀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할아버지, 할머니 저 여섯 살이 되었어요'라고.

손녀를 볼 때마다 매일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벌써부터 미래의 모습이 기대되기도 한다.

손녀딸이 자라나듯 커피숍 안에서도 나의 성장을 위해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과, 제빵 그리고 로스팅.....

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배움으로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새해를 맞이한다.

해가 바뀌는 시간 잠시 멈추어진 순간에 스스로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하게 된다.

인생 후반기, 삶의 결실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무엇으로 인해 행복하고 무엇 때문에 좌절했는지, 잘해 왔던 것이 무엇이고 의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알아 삶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일을 하거나 사람을 만날 때에도 삶의 자세에서 잃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누구를 만나 일을 할 때에도 눈을 마주치며 One by one , step by step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는 상대방과 나의 진심이 맞닿아 공감을 이루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며칠 동안 눈이 계속 내린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통행을 어렵게 만든다.

대학의 선배님이 아는 분과 함께 오셨다. 고등학교 시절 미술반을 하며 같은 집에서 하숙을 하였던 분인데 5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만났다고 한다.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두 시람의 대화가 지루함을 달래주었다.

공공기관이나 백화점 안에 미술관이 있다.

전시장의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것 또한 나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언젠가 '나의 소울 메이트 찾기'란 제목의 전시를 본 기억이 떠오른다.

자연 속에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은은한 도시의 풍경, 의인화된 고양이들의 식탁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전시작품을 감상하며 '나의 영혼의 소울메이트'에 대하여 나의 삶 속에 함께 하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것은 햇살이 비치는 작은 뜨락이 될 수도 있고 담장에 가득 찬 아이비 덩굴이 삶의 활기와 기쁨을 느끼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생각해 보니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수많은 시람을 만났고, 다양한 활동을 한 것 같다.

무엇보다 하루하루가 감사와 은혜의 선물이라는 것이 큰 기쁨이다.

해가 바뀌었으니 해야 할 일 또한 많아질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새삼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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