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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Oct 24. 2022

7살 딸 쌍둥이의 수다

아빠 귀를 지켜줘 딸들아

아내가 쌍둥이 나이 즈음에

부모님께 종종 듣던 말이 있었다고 했다.

"너무 시끄럽다."

아내가 집에 없을 때 이러셨단다.

"집이 너무 조용해."



나는 부쩍 실감한다.

그것도 두배 아니 세배 이상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수다쟁이 딸 둘이 모이니

시끄러움은 두배가 아니라 5배 이상을 뛰어넘는다.




딸 쌍둥이는 항상 시끄럽다.

(여기에 아들이 더해지면.. 더더더더 시끄럽다.)

7세 2학기 접어든 따님들은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하고 계신다.

책도 소리 내서 읽는다.

조용히 책을 보던 첫찌와 반대다.


늘 시끄럽지만 특히 시끄러운 지점이 있다.



하원 시 버스에서 내릴 때


내리기 전부터 시끄럽다.

둘찌: 아빠, 어린이집에서 모래를 높이 쌓았어.

나: 일단 선생님 인사하고...

세찌: 아파 나 여기 다쳤어.

나: 아니 또 왜? 일단 인사하자.

둘찌, 찌: 안녕히 가세요.


열심히 선생님께 손을 흔들며 하트를 날린다.


둘찌: 모래를..

셋찌: 오늘 뭐 받았는데 보여 줄까?

나: 일단 집에 들어가자.

둘찌: (우다다)

나: 뛰지 마!

셋찌: 난 아빠랑 갈 거야. 가방 들어줘.

나:...


버스에서 내려서 집까지 20걸음 정도밖에 안 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놀 때

첫찌 없이 둘이 놀 때는 정말이지

환상의 콤비다.

요즘 프리파라라는 만화에 꽂히신 공주님들은 온몸을 치장하시고 무대에 서신다.


둘찌,셋찌: 촤라리~~ 무지개꽃 꿈속에 핀 ~~~

(정확한 가사는 모르겠다.)


감정을 실어서 두 아이가 노래와 율동을 같이 한다.

클라이막스에서는 집안이 떠나가라 부른다.

집이 울리는 느낌이다.

조용한 빌라인데 쩝..

더 이상 안 되겠다.


나 : 그만~~~~~


씻을  


둘찌: 아빠, 오늘 어린이집에서 모래 놀이하고, 뭐하고, 뭐하고 

나: 이빨 다 닦고 이야기하면 안 될까?

둘찌: 르르 퇘.. 그리고 어쩌고 저쩌고


셋찌: 아빠, 글쎄 ㅇㅇ 이제 싫어. 

나: 전에는 좋다 그러지 않았어?

셋찌: 아니~ 오늘 나랑 안 논다는 거야~

나: 그래서 잘 이야기했어?

셋찌: ㅁㅁ 도 싫어. ㅍㅍ 도 싫어.

나:...


둘찌는

주로 재미있는 활동과 재미있었던 것 위주로 이야기한다.


셋찌는

처음에는 친구들 좋다고 하더니,

요즘에는 자꾸 싫은 점은 이야기한다.


책 읽어줄 때


나: ... 독차지하고 싶은데...

둘찌: 독차지가 뭐야? 무슨 뜻이야?

셋찌: 나 이거 해봤다. ㅇㅇ이가 재미있데

나: 일단 마저 읽을까?

둘찌:(주인공 입은 옷 보고는)

         아빠 나 이 옷 사줘. 저것도 갖고 싶어

셋찌: 아직 생일 안됐는데 크리스마스 선물?

나: 음....



잠잘 때


셋찌: 아빠, 지어낸 이야기 해주면 안 돼?

        (가끔 이상한 이야기 지어서 해준다.)

나: 어 안돼 오늘은 늦었어.

셋찌:제발~

둘찌: 아빠 있잖아. 히히

       (말은 안 해주고 혼자만 웃을 때도 있다.)

셋찌: 아빠

둘찌, 셋찌: 어쩌고 저쩌고.

나: 귀 아파~


잠을 잘때 쌍둥이 가운데서 누워서 재운다. 

양쪽에서 재잘재잘 조잘조잘 귀가 너무 아프다.

그래서 웬만하면 말하지 못하게 하는데,

가끔 수다가 터지면,

내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아이들이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다.



네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애들 없으면 정말 조용합니다.


늘 존재감 킹왕짱인 쌍둥이

사랑할 수밖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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