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PS,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건네며

이제는 나의 상처가, 누군가의 다리가 되기를

by 가람

CRPS를 진단받았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한순간도 아프지 않았던 날이 없다.
통증은 여전히 내 안에 있고,
그 통증은 때로 몸보다 마음을 먼저 무너뜨린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완전히 낫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아픔 속에서도 출근하고,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어르신들의 웃음을 보며 하루를 버텨낸다.
그게 내가 사회복지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방식이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사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용기가 없었다.
그저 내가 견뎌온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
흩어지는 마음을 붙잡기 위해 썼다.

그러다 글이 하나둘 쌓이면서,
조용히 읽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게 나를 다시 일으켰다.


얼마 전, 낯선 사람에게서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나의 상처가, 누군가의 위로가 된 순간.”

“우연히 선생님의 글을 봤어요.

저는 CRPS는 아니지만 소섬유신경병증으로

24시간 신경통을 겪고 있어요.

회사생활도 버겁고 불안증과 우울증으로 병원에 다니고 있는데,

선생님이 아픈 와중에도 일상을 이어가신다는 글을 보고

용기를 얻었어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눈물이 났다.

내가 써온 글이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사실만으로,

그동안의 시간들이 조금은 덜 아프게 느껴졌다.


나는 내 이야기가 거창한 위로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

“나도 그렇게 버텼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한마디가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믿게 되었다.


CRPS는 여전히 내 안에 있고,

나는 여전히 약을 먹고, 통증을 관리하며 산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나를 알아가며 살아간다.

이제 나는, 아픔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건 나의 일부이자, 나를 성장시킨 시간들이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나의 상처가 누군가에게 다리가 되길 바란다.”

그 문장은 이제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나의 현실이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오늘 하루만큼은 덜 아프기를,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그리고 자신을 포기하지 않기를.

그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내 이야기를 세상에 건넨다.


“나는 여전히 아프지만, 그 아픔이 나를 멈추게 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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