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이젠 그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퇴근 후 책상 위에 앉았다.
오늘도 버텨냈다는 말이 떠올라 포스트잇에 짧게 적었다.
“오늘도 버텨냈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말이겠지만,
나에겐 하루를 마친다는 의미다.
다리를 쭉 펴고, 숨을 고르고, 통증이 조금 가라앉을 때
비로소 ‘오늘도 끝냈구나’ 싶다.
통증은 여전히 내 몸에 남아 있다.
마취통증의학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꾸준히 먹고,
재활도 계속하고 있다.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어떤 날은 걸음마다 불이 붙는 듯 아프다.
몸은 버티는데,
가끔은 마음이 따라오지 못한다.
밤이 되면 불안이 찾아온다.
‘내일은 괜찮을까?’
‘이 통증이 또 심해지면 어떡하지?’
그럴 때면 불 꺼진 방 안에서
한참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CRPS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는
단순히 통증만이 아니다.
다시 아플 수도 있다는 두려움,
그걸 아는 나 자신이 더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두려움을 없앨 순 없지만,
그 속에서도 숨 쉬는 법은 배울 수 있다.”
이제는 그 말을 믿으려 한다.
불안이 올라올 때면 그냥 받아들인다.
오늘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내일은 다시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아침이면 또 센터로 간다.
어르신들의 웃음,
프로그램 중에 들리는 “선생님, 오늘도 고마워요.”
그 한마디면 마음이 조금씩 풀린다.
일이 나를 살리고,
사람이 나를 버티게 한다.
오늘도 버텨냈다.
그 말 한 줄이면 충분하다.
내일은 조금 덜 아프길,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