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PS, 나를 버티게 한 것들

작은 것들이 나를 다시 일으킨 시간들

by 가람

아침 알람이 울리면,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다리 감각을 먼저 확인한다.
오늘은 통증이 덜하길,
한 걸음이라도 덜 버겁길 바라며 천천히 일어난다.

약을 챙겨 먹고,
발목 보호대를 감싸 쥐며
신발을 신는다.
계단을 내려가며 스며드는 묵직한 통증에도
나는 여전히 출근길을 나선다.


센터 문을 열면
어르신들의 웃음이 들린다.
“선생님, 오늘도 왔네~”
그 말 한마디가
내 하루를 지탱해 준다.

퇴근 후에는,
온전한 쉼을 허락한다.
다리를 올려두고 조용히 감각을 느낀다.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나를 조금 안다.


이제는 거창한 목표보다
이 평범한 하루가 더 소중하다.
통증이 덜한 날엔 감사하고,
심한 날엔
그저 스스로를 다독인다.

예전엔 왜 나에게 이런 병이 왔는가에 집중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질문 대신
커피 한 잔을 내리고,
글 한 줄을 쓴다.


나는 아직 많이 아프다.

그러나 그 아픔이
나를 완전히 삼키게 두진 않는다.
작은 기쁨,
사소한 일상,
그리고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들 덕분에,
오늘도 나는 살아낸다.

그 모든 게
내게 있어
나를 버티게 한 것들이다.


“커피 한 잔, 약 한 봉지로 견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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