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호흡에도 감사함으로

by 이토리

안일함은 필연적으로 사람이 받는 최고의 상이자 벌일 수 있겠다. 사람은 순간 순간 마다 응당 감사해야하지만, 그 감사함이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해서 자각하지 못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산소가 이산화탄소로 바뀌는 1초의 숨결마다 우리는 감사해야해야 마땅하다. 한 순간의 호흡에도 감사함으로 삶을 살아가고 서로 사랑해야한다. 감사함을 잃게된다면 세상을 전부 자각하지 못한 채 비관적이게 살아갈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깨나 비관적으로 살아온 것에, 그리고 가끔은 감사함을 잃어버리고 우울의 늪에 빠지는 것에 대해 고백한다. 하지만 비관적이고 협소했던 나의 가치관을 ‘감사함’이라는 세글자로 모두 뒤집어 엎어버렸던 사건을 말해보고자 한다.


내게는 엄마와 모든 것이 똑닮은 쌍둥이 이모가 존재하는데, 우리 엄마의 도플갱어 이모가 하시는 일은 바로 그룹홈 케어를 하는 일이다. 일종의 사회복지 중 하나로, 일상생활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지능이 조금 낮은 분들을 대상으로 그룹을 모아 그들을 사회적으로, 일상적으로 안정될 수 있게 케어해주는 일이다. 그곳에는 선천적으로 지능이 낮은 분도 있고, 어릴 적 부모를 잃어 들어간 고아원에서 폭행을 당한 트라우마로 지능이 떨어진 분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분들이 함께하고 있다. 어느날 이모가 나와 엄마를 그룹홈과 함께 드리는 예배에 초대했다. 일반적인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옮긴 나는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보편적인 교회의 길쭉한 초콜릿 같은 의자 (나는 교회의자를 보면 항상 초콜릿이 생각난다) 는 온데간데 없고 모두가 방석을 깔고 앉아 있으며 사람 수는 왠걸 20명도 안되는 극소형 교회였던 것이다. 앞자리에 앉으면 목사님과 바로 부담스러운 아이컨텍이 될만한 그런 작은 교회였다. 통상적이지 않은 현대 교회의 모습에 처음엔 얼떨떨했지만 그래도 금방 적응하고 방석을 가져와 허리를 곧추 세우고 열심히 예배에 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러가지 형태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인데 너무 틀 안에 갇힌 것에 익숙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당황스러울 일이 아닌데).


이어진 청년부 예배로 10명 남짓한 그룹홈 청년들이 모여 함께 감사일기와 성경 말씀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이라 낯선 마음을 부둥켜 안고 참석한 그 자리는 바로 내 삶의 관념을 통째로 뿌리 뽑아버렸다.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나누던 그들의 일주일 간의 감사일기, 정말 별거 없는 내용들이 다반사였다. ‘밥 먹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맛있는 커피를 마시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내지는 ‘숨 쉴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이런 일상 속의 당연한 것들. 처음엔 정말 알맹이 없는 엉뚱한 감사일기에 약간의 흥웃음을 지어보였던 나를 그들의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진실된 감사들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곧이어 자책하기 시작한다. 상대적으로 사회에서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그들이,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그룹홈에서 만들어지는 감사일기는 울림의 깊이가 상상 이상이었다. 순수함 때문이었을까. 때묻지 않은 순수함. 일상적인 것도 익숙해지지 않고 감사할 줄 아는 순수함이 울림의 메아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준 것이었을까.


우리는 정상적으로 잉태된 사회인임에도 불구하고 감사함을 자각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몸이 약간 불편한 그들은 온 몸을 다해 그들의 삶에 대하여 감사하는데, 정작 정말 운이 좋게도 멀쩡하게, 평범하게 태어난 우리들은 그에 대한 감사함을 안일한 익숙함에 갇혀 헤메이고 있는 것이다. 1분 뒤 심정지, 10초 뒤 지구 폭발, 1주일 후 대지진, 이런 말도 안되는 사건들이 언제 어떻게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이 험난하고 말도 안되는 세상 속에서 감사와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꽤나 안일하며 신이 주신 최고의 상이라고 자부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속에서 감사함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도록, 신이 내린 상이 벌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삶은 윤택히 반들반들하게 닦아내야 한다. 진정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세상 살아가는데에 있어 결국 승자인 것이다. 순간의 호흡도 모두 감사하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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