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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나를 다시 살아보게 했다

by 별하맘

무너지지 않기 위해 펜을 들었다, 그리고 조금씩 살아졌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건 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던 순간, 강의가 끝난 텅 빈 강의실, 혼자 먹는 점심의 고요한 시간, 문득 떠오른 오래전 기억들.


글을 쓰기 전에는 그냥 흘려보냈다. 별일 아니라고, 다 그런 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주저앉아 나를 힘들게 했다. 참는 건 익숙했지만, 이해하는 건 서툴렀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쓰기보다, 내가 나를 이해하기 위해.

처음엔 그저 기록이었다. 글을 쓰기 전, 나는 자꾸 무너졌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강사’라는 직업으로, ‘작가’라는 타이틀로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도망치고 싶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 모든 역할을 버릴 수는 없었다.그래서 선택한 것이 기록이었다. 도망칠 수 없다면 적어보자.

그날의 나를 그때의 감정을 그 순간의 진심을.


이상하게도 쓸수록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사실은 힘들었다는 걸,

사실은 인정받고 싶었다는 걸,

사실은 누구보다 사랑받고 싶었다는 걸

글이 대신 말해줬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있었다. 글쓰기를 통해 나는 자주 울었고 자주 웃었다. 쓸수록 삶이 정리되었고, 마음이 들여다보였다. 무엇보다, ‘왜 이렇게까지 애쓰며 살았는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결국 나는 더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덜 힘들기 위해 글을 썼다. 덜 외롭기 위해, 덜 지치기 위해, 덜 무너지기 위해.


그리고 놀랍게도,그렇게 쓰던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 시작했다.

“이거, 제 이야기 같아요.”

“저도 그런 감정 느껴봤어요.”

“당신의 문장을 읽으며 제가 위로받았습니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나를 위해 쓴 글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말하고 싶다. 글쓰기는, 삶을 다시 살아보게 하는 일이라고. 우리는 모두 매일같이 살아내느라 스스로의 감정을 밀어놓고 이해받을 기회를 잃고 진짜 목소리를 잊고 산다.


글쓰기는 그 목소리를 다시 찾게 해 준다. 글을 쓰면, 삶이 복기되고 마음이 읽히고 그저 그런 하루가 ‘살아낸 하루’가 된다.


나는 이제 글을 쓴다는 것이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내가 나를 붙잡아주는 방법’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이 말만큼은 꼭 전하고 싶다.


당신의 하루도 글이 될 수 있다고,

당신의 감정도 문장이 되어 누군가의 삶을 흔들 수 있다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펜을 든다.

쓰는 일이, 살아내는 일과 닮아 있다는 걸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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