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여자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나이가 많아 취업이 어려울 줄 알았지만, 경력직으로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지만,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결 안심이 되었습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뒤처지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누구보다 먼저 출근하고,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일을 끝마쳤습니다. 노력 끝에 그녀는 자신이 원했던 미국 대형 브랜드와도 협업할 기회를 얻게 되었고, 그들의 제품과 품질 기준을 배우며 성장을 느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미국에서 겪었던 문제들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더 큰 문제에 휘말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끔씩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일은 힘들었지만 그 안에서 보람을 찾았고, 경력을 쌓아 해외 공장에서 관리자로 일하는 꿈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일은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또 다른 과제가 다가왔고, 새롭게 시작할 때마다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자는 자신이 업무에 적합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주중에는 야근을 하고, 주말에는 학원을 다니며 공부했습니다. 책을 사서 홀로 연구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몸은 점점 지쳐갔고, 피로가 쌓일수록 그녀의 마음속 불안은 커져만 갔습니다. 작은 문제만 생겨도 예민해지고, 점차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그녀를 짓누르기 시작했습니다.
늦은 밤, 딸이 야근을 마치고 지친 모습으로 집에 돌아올 때마다 부모님의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결혼 적령기에 따로 만나는 사람도 없으니, 부모는 그녀를 위해 한 남성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불안과 피로 속에서 여자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연 듯한 운명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이라는 끝없는 바닷속, 그녀는 파도에 밀려가듯 그 흐름에 몸을 맡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