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나오고 6개월이 지나자 엄마는 회사로 돌아갔습니다. 처음에는 아기와 떨어지는 마음에 미안함과 슬픔으로 출근하는 발이 떨어지지 않았지만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감정도 무뎌지게 되었습니다.
아기는 부부의 양쪽 집안에서 태어난 첫 아이였기 때문에 양가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관심과 육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엄마는 워킹맘이 되어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주면의 떠나가는 회사 동료를 보며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도움이 감사했고 조부모 없이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엄마는 부모님 앞에서 자신이 한없이 부족한 엄마 같았습니다. 그래서 양육을 다 맡겨버렸더니 누가 양육자인지 더욱 더 혼란스러워 졌습니다.
야근을 하고 출장이라도 다녀오면 아이와는 더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볼 때마다 쑥 자라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제 아이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육아도 공부하지 않았으니 인터넷에서검색되는 데로필요한 장난감이나 물건을자주 구매했습니다. 학습지 선생님, 문화센터, 학원도 남들이 좋다고 하면 묻지도 않고보냈습니다. 엄마는정말 제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남들이 봤을 때 훌륭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아이는 다행히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였습니다. 부부는 아이를 위해 주말에 키즈카페도 가고 여행도 다녔지만 아이와 대화를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엄마는아이가 수줍어서 말이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원래 어린 아이들은 말을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놀이터에서 아이 친구 엄마를 만났는데 그 아이는 집에서 아주 사소한 일까지 엄마한테 얘기해 준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집 상담을 갔는데 선생님께서 아이가 말을 잘하고 친구들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그때 아이가 집에서만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아이와의 소통을 회복하고 싶어서 아동 심리 센터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큰 도움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무력감이 더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왔고, 엄마는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출산 전까지 짧게 육아 휴직을 쓰게 되었습니다.
배가 나온 엄마는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비로소 아이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재잘거리기 시작했습니.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작고 많은 변화들이 생겼습니다. 함께 놀고, 책을 읽고, 대화를 하면서 아이는 조금씩 엄마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는 그동안 부모님께만 아이를 맡기고 엄마로서 아이에게 필요한 관심과 시간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육아 휴직 동안의 시간은 엄마가 아이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엄마는인터넷에서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을 따라가기보다는, 아이만의 속도와 필요에 맞춰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소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