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탄생
결혼과 함께 부부에게 첫 아이가 찾아왔습니다. 서로를 충분히 알아가기도 전에 결혼을 했던 두 사람은 이제야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더운 여름밤, 술 한 잔을 기울이던 여자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문득 속이 뒤틀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상한 음식을 먹은 듯한 고열과 복통이 찾아왔고, 급히 병원을 찾은 그녀는 뜻밖의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녀는 임신 중이었습니다.
부부는 출산과 육아에 대해 깊이 대화해 본 적이 없었고,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부모교육에 대한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던 그들은 양육 방식에 대해 논의하기는커녕, 계획조차 없이 아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여자는 출산 한 달 전까지도 회사를 다녔고, 육아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과 책에서 얻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부는 엑셀 차트와 리스트를 작성하며, 방 한가득 육아 용품을 채워 넣으면 부모로서 준비가 끝났다고 믿었습니다.
한 번도 식물이나 동물 같은 생명체를 키워본 적 없었던 두 사람은, 아기가 자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치 백과사전을 펼쳐 도감과 비교하듯 신기해했습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조금씩 자라는 아기는 그들의 경이로움의 대상이었습니다. 배 속에서 뒹굴거리며 손가락과 발가락을 빨고, 눈을 깜빡이는 모습은 그들에게 인간의 생명에 대한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초음파 영상 속에서 소리에 반응하며 움직이는 아기를 보면서, 그들은 그 작고 소중한 생명을 경이로 바라보았고, 함께한 시간이 기적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출산의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그녀는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고, 그만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간호사로부터 “엄마가 그러면 되겠느냐”는 질책을 들었습니다. 그 순간에도 여자는 자신이 정말 엄마가 될 준비가 되었는지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오직 숨이 멎을 것 같은 통증이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던 그 순간, 아기는 엄마의 고통 속에서 마지막 탈출을 시도하듯 세상에 나왔습니다.
작고 부드러운 아기의 손가락, 고양이처럼 꺄앙 울어대는 그 울음소리, 오물거리는 입을 바라보며 엄마는 조심스레 아기를 안았습니다. 간호사는 아기도 태어나는 동안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아기의 머리 모양을 보니 엄마만큼이나 아기도 힘들었을 거란 생각에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말을 할 수 없는 아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순간적으로 “엄마를 하지 않겠다”고 했던 자신이 미안해졌고, 이제는 이 사랑스러운 생명을 반드시 지켜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아기를 집으로 데려오는 순간, 부부는 자신들이 육아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집에 온 아기는 이유도 모른 채 하루 종일 울기만 했습니다. 부모는 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시키며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아기가 잠들면 젖병을 닦고, 집안을 정리하느라 쉴 틈이 없었습니다. 엄마의 가슴은 젖 때문에 아프고, 아기는 젖을 잘 먹지 못해 울며 배고픔에 몸부림쳤습니다. 결국 엄마도 아기도 지친 나머지 함께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순간 엄마는 생각했습니다. '배 속에서 편안하게 지냈을 텐데, 이제 밖에 나와서 힘들어하는구나. 나는 너의 말도 알아듣지 못하고, 너를 돌보지 못하니 얼마나 힘들까.' 엄마는 아기를 조심스레 안으며 “아가야, 괜찮아. 힘들지?”라고 속삭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100일이 지나자 엄마는 아기를 조금 더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고, 아기는 통잠을 자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고통 속에서 조금씩 이해해 나갔고, 마침내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