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의 초상
보름달 덩그러니 떠 있는 겨울날의 새벽에 문을 나섰다.
끊임없이 꿈틀대는 욕망을 달님에게 쏘아 올렸다.
작정을 한 것인지 무작정인지 분간이 서진 않지만 그저 찰나를 놓치기 싫어서, 아니 그리해야만 할 것 같았다.
지푸라기라도 괜찮아, 갈대라도 괜찮다, 잠시 의지만 된다면야 무엇이든 괜찮다, 괜찮다를 반복하며 걸었다.
어디에든 기대고픈, 나도 모르는 절박함을 털어내고픈 무의식적인 행동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어도
나는 달을 보면 거의 반사적으로 바람을 둥실 띄운다.
화려했던 지난날의 향연을 털어내고 청춘을 잠시 가둔 나무는 달빛 아래 조용히 나부낀다.
새벽을 무심히 걷고 있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고양이와 나, 들킨 발걸음에 서로 놀라 멈칫하였다.
안면 턴 얼굴이라고 저리도 당당하게 배회하는 고양이의 꼬리에 추위와 배고픔의 그림자가 엉겨 붙었다.
손끝에 따닥따닥 옮겨 붙는 아린 공기는 땅을 기어가며 쉼 없이 발목을 잡아당겨 종종걸음 치게 하였다.
콸콸 콸콸 아래로 아래로 땅을 뚫고 흐르는 물소리는 점점 거세어져 포효하고,
낮에는 잠자코 있던 괴이한 소리들이 사방에서 터져 나와
아침이 오면 사라져야 하는 운명을 거슬러는 듯 그르릉 그르릉 사납게 울부짖었다.
칼로 베는듯한 서러움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 황량한 쓸쓸함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00사의 종소리만이 온유하게 울려 퍼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