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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Feb 08. 2024

산타할아버지 전화하셨네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못 오는 이유

아이들이 이 세상에 산타할아버지는 없다고 하였다.

유치원 저녁 행사 때, 원장선생님의 아드님이 산타복으로 환복 하는 걸 보고서는 더 그랬다.


"엄마, 친구들이 산타할아버지가 없대"

   "친구들이 그랬어? 진짜 산타할아버지를 한 번도 본 적 없으니 그렇게 말하지"

"산타할아버지가 진짜 있어?" 

   "그럼 진짜 있지, 엄마도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말이야"

"진짜 있으면 왜 우리 집에 안 와?"

   "그건 말이야, 산타할아버지가 엄청 바쁘시거든.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나눠 주러 제일 먼저 가는 곳은 

    엄마, 아빠가 안 계신 아이들, 아픈 아이들, 배고픈 아이들, 이런 곳에 먼저 찾아가신단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오실 시간이 없어.

    대신 산타할아버지가 엄마에게 전화를 한단다.

    우리 둘째가 1년 동안 어떻게 생활했는지, 어떤 착한 일을 했는지 물어본단다. 

    그리곤 산타할아버지가 판단해서 엄마에게 선물을 사 주라고 하시지"


크리스마스가 가까이 오면 유치원에 다녀온 둘째는 산타할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왔는지 묻곤 하였다.

어떤 행동이 바르고 착한 행동인지, 그것에 걸맞은 착하고 바른 어린이가 맞는지 나에게 확인하였다.

둘째에게 갖고 싶은 것 몇 가지 말해보라 하였다.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산타할아버지는 너무 터무니없는 선물을 달라하면 허락지 않는다고 속삭였다.



아이들이 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자라날 때, 종종 왕왕 호기심 어린 엉뚱 발랄한 질문을 하였다.

시의적절한 말로 신중하게 답해야 한다.

쉽게 들통이 나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여 믿을 수 없는 부모로 낙인 되면 무슨 망신살인가 싶어, 

타당성과 신뢰성을 겸비한 답안 작성에 만전에 또 만전을 기했다.

국어, 수학, 과학, 사회 탐구 영역 전반에 걸쳐 원초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해대는 퉁에 

답변을 해주느라 진땀을 흘리면서도 

이런 질문을 하다니 놀랍구나!, 정말 좋은 질문이구나!라고 연신 맞장구를 쳤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얘기하고는, 어느 누구든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아는 것은 아니라면서 

                 엄마도 궁금하니 같이 찾아보자 하거나

                 돌아서서 밤을 새워 답을 찾아 헤매었다.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만큼이나 나는 키다리 아저씨의 존재 유무가 궁금했었다.

삶이 지치고 서러울 때, 

자고 일어나면 내 방문 앞에 키다리 아저씨의 선물이 놓여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였다.

나의 키다리 아저씨는 어디에 계신 걸까?

애타게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어서 내 곁에 와 주십사 소망했었다.

자문자답 형식이었긴 하지만 

나의 키다리 아저씨는 형제자매이었다가, 선생님이었다가

친구였다가, 아이들이었다가, 이웃이었다가, 낯 선 타인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브런치 작가님들이다.


내가 늘 키다리 아저씨를 동경하듯 산타할아버지도 아이들에게 영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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