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란 과연 어떤 사람일까?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을 바라보는 나의 기준이 결국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분은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 각기 다른, 그러나 아주 선명한 잣대를 가지고 계셨다.
어머니는 마당발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계실 때도, 어머니 댁은 언제나 최소 열 명은 북적이는 사랑방이었다. 서울에 살면서도 동네 사람들을 모두 알고 지냈고, 어머니와 함께 집 근처 슈퍼라도 가려면 으레 다섯에서 일곱 명은 만나 인사를 나눠야 했다.
우리는 어머니를 "지역구 국회의원에 나가도 당선될 거라"며 놀리곤 했다.
어머니가 사람을 칭찬할 때는 늘 이런 식이었다. "그 사람은 엄청 많은 사람을 알고 있어. 그러니 참 좋은 사람이야." 어머니에게 삶의 풍요로움은 관계의 깊이보다 관계의 폭에서 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전혀 달랐다. 아버지는 옷을 멋지게 잘 입는 사람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아버지에게 패션은 단순한 멋이 아니라 삶의 태도였다.
"어떤 옷도 그 옷 하나만으로는 빛날 수 없다. 다른 옷과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혼 후 아무 옷이나 입고 친정에 가면 어김없이 한마디가 돌아왔다. "옷을 그렇게 막 입으면, 인생도 막살게 된다."
182cm의 훤칠한 키에 늘 포마드를 바르고 멋진 옷을 갖춰 입은 아버지는 마치 모델 같았다. 병원에 계실 때조차 어머니께 옷과 신발 매치를 일일이 지시했다.
환자복 외에는 입을 일이 없는 병실에서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옷과 신발과 액세서리가 몇 트럭 분량이 나왔다.
어머니는 관계의 폭으로, 아버지는 미적 완성도로 사람을 봤다. 두 분의 기준은 너무 선명해서 누구라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어떤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어떤 사람을 좋다고 느끼는 걸까. 부모님처럼 선명한 기준이 내 안에도 있을 텐데, 아직 그 이름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