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밤과 어머니

by 정희

돌, 여자, 바람이 많아 삼다도(三多島)라 불리는 섬, 제주.


돌이 많은 건 금세 알 수 있었다. 해변을 따라 깔린 까만 현무암, 집집마다 둘러진 돌담, 밭을 감싸는 낮고 두툼한 담장들까지. 제주에선 돌이 풍경의 일부였다. 아니, 풍경 그 자체였다.


여자가 많다는 말도 대충 이해가 된다. 어쩌면 예전엔 바다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남자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많았고, 그래서 여성이 더 많았던 건 아닐까. 지금은 산업 구조가 관광인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면서, 여성들이 더 눈에 띄는지도 모르겠다. 정확한 건 통계를 봐야겠지만, 그런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마지막 ‘다(多)’, 바람은 정말이지 압도적이었다.

낮에는 햇살 아래 푸른 바다와 평화로운 돌담길이 펼쳐졌지만, 밤이 되자 섬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특히 해안가 숙소에서 보낸 밤이 그랬다. 깊은 잠에 들었다가 자꾸만 놀라 깼다. 처음엔 낯선 잠자리 탓이라 여겼지만, 곧 알게 되었다. 바람 때문이었다.


그 바람은 그냥 바람이 아니었다. 밤새도록 울부짖는 짐승처럼, 쉼 없이 들려왔다. 가장 가까운 곳에선 베란다 샷시가 덜컹거리며 울었다. 누군가 문을 세차게 흔드는 듯한 소리였다.


더 낯선 소리는 옥상에서 들려왔다. 바람에 흔들리는 무언가가 밤하늘을 배경으로 덜컹거렸다. 그 규칙적인 덜컹거림이 오래된 기억을 불러냈다.


그건, 어릴 적 들었던 항아리 뚜껑 여닫는 소리와 닮아 있었다.

김치, 간장, 된장 같은 것들을 항아리에 담아 먹던 시절. 새벽녘, 어머니가 장독대에서 묵직한 뚜껑을 조심스레 들어 올리고 다시 덮으실 때마다 들리던, 그 ‘턱, 턱’ 하는 소리.


그 소리를 들을 때면, 나는 이불속에서 된장과 김치 내음이 섞인 새벽 공기를 상상하곤 했다. 어머니의 따뜻한 밥상도.


제주의 밤에서, 어머니는 밤새도록 항아리 뚜껑을 여닫고 계셨다.

그리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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