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로 Jan 09. 2023

도서관을 향해 출발했는데 스타벅스에 도착해 버렸다.

계획대로 되지 않기에 만날 수 있는 반짝임

중간에 시간이 붕 떠 버렸습니다. 1시 10분에 오전부터 시작된 일정을 마치고 다음 일정은 4시에 시작이거든요.



점심은 뭘 먹을까 하다가 어젯밤부터 먹고 싶었던 새우튀김을 사러 이마트에 갔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봤을 땐 한 통에 20마리 15000원짜리가 나왔었는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치는 물가에 견뎌낼 재간이 없었는지 새우튀김도 10마리 9900원으로 가격이 올랐나 봅니다.



그래도 먹고 싶었던 음식이니 한 통 구매해서 2층 푸드코트가 있는 쪽에 앉아서 먹습니다. 튀김인 데다가 식어서 그런지 먹을수록 느끼해져서 결국 10개 중에 3개만 입 속으로 들어갑니다.




마트 어플에는 1만 원 이상 구매 시 2시간 할인이라고 쓰여있어서 나는 9900원만 샀는데 어떡하나 살짝 걱정을 했거든요. 무인 계산대에서 결제하고 주차등록을 하니 다행히 1시간 무료주차가 되어서 천천히 먹고 잠시 쉬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다음 일정까지는 시간이 2시간 정도 남았길래 어디 가서 무얼 하나 고민해 봅니다. 지도 어플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주 좋은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그건 바로 도서관. 바로 네비를 찍고 출발합니다. 가는데 3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도서관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이게 웬일!? 이용객 대비 자리가 부족한 도서관 주차장에는 빈자리가 네 개나 있었습니다. 평일이라 그런가? 그래도 이건 완전 땡잡은 수준인데. 네 군데의 빈자리 중에서 가장 주차하기 쉬운 자리를 골라잡아 차를 댔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요량으로 회원가입을 해야 하나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도서관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상하게 사람들이 들어가진 않고 입구 쪽에 뭉쳐있습니다. '이상하다? 오늘 휴관일도 아닌 것으로 찾아보고 왔는데.' 뭉쳐있는 사람을 지나 자동문 쪽으로 다가갔는데 아뿔싸!



2023년 1월 2일부터 본 도서관은 재건축을 위해 2025년까지 휴관합니다.



주차장에 자리가 남아있던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입구에 뭉쳐있던 사람들은 휴관 전에 빌린 책을 반납하려고 자동 반납기 앞에 줄을 선 것이었습니다. 이제 도서관 출입이나 대출, 열람실 이용 등 모든 것은 멈추고 오직 책 반납만 기계로 가능한 거지요.




이 도서관은 꽤 나이가 많습니다. 1기 신도시가 들어올 때 같이 지어졌어요. 거의 30여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도서관은 이 도시의 인구를 수용하기엔 너무 작고 노후합니다. 도서관이 다시 새 출발을 한다니 응원할 일이고 저도 어릴 적 많이 이용했던 곳이라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렇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지금은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서 이용할 일이 없었고, 오늘 마침 여기에 볼일이 있어 오랜만에 들르려 했는데 이렇게 나의 오랜 친구인 도서관과의 조우가 무산되다니요. 마음에 서운하고 아쉬움이 몽글거리며 피어납니다.




국 2분 전에 주차해둔 차에 다시 타서 다음 목적지를 궁리합니다. 만만한 건 역시 카페. 큰 건물에 입점해있어 주차가 편리해서 자주 이용하던 스타벅스 지점입니다. 도서관이랑 거리도 가까워서 바로 출발합니다. 오늘은 날씨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아 겨울치고 무척이나 따뜻해서 덜 서럽습니다. '바람'이 쌩쌩 부는 귀가 떨어질 것 같은 날씨였다면 도서관에게 '바람'맞은 이 순간이 너무 사무칠 것 같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해 보자면 글감이 생겼습니다. 계획대로 도서관에 도착해 열람실이나 PC실에 갔다면 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 고민의 시간이 길었겠지요? 계획대로 되지 않기에 일상에서 글감을 캐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 도서관을 가려던 목적은 글을 쓰기 위함입니다. 도서관은 목적을 위한 수단입니다. 이 수단을 사용할 수 없으면 다른 수단을 이용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면 됩니다. 슬퍼하며 주저앉지 말고요. 마음처럼 되지 않았기에 발견할 수 있었던 글감처럼, 일상에서의 작은 해프닝을 즐겨봐야겠습니다.



행운을 뜻하는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다 눈앞에 무성한 행복의 세 잎클로버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일상에서 예기치 못하게 마주하는 반짝이는 것들을 소중히 여겨봅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작가의 이전글 한 자리에서 10년 넘게 장사한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