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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May 22. 2023

고마운데 이 선물은 그만 주면 안 될까요


요새는 카카오톡 덕분에 지인의 생일을 챙기기가 쉽다.


설정만 해 놓으면 카카오톡에 생일 알람이 뜨고, 선물하기 코너에서 적당한 선물을 줄 수도 있다.


근데.... 제발 이 선물은 그냥 안 주시면 안 될까요?






1. 핸드크림


아.. 정말 핸드크림 그만 받고 싶다.


핸드크림의 증식 속도는 내가 그것을 소진하는 속도의 5배도 넘는다.


은행 이자가 핸드크림만큼 붙으면 대박 부자가 될 텐데.


사실 핸드크림을 그렇게 많이 쓰나?


겨울철에 핸드크림 작은 것 하나도 다 쓰기 어렵다. 남들도 그렇지 않나?


며칠 전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는데, 그중 생일자가 있었다.


이번 생일에도 핸드크림을 많이 받았는데, 작년에 받은 핸드크림도 아직 다 못쓰고 여러 개가 남아있다고 했다.


나도 그렇다 했고, 또 다른 친구도 그렇다 했다. 으. 이게 뭐야.


당근마켓에 팔려고 해도, 이미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아 핸드크림은 초과공급 상태다.


축하해 주는 마음은 정말 고마운데, 차라리 그냥 선물을 안 줘도 되니까 축하 메시지만 받고 싶다.


주변에 나눠주려고 해도 다들 한사코 거절한다. 집에 쌓여있으니까.


처리하기 참 힘든 선물이다.






2. 고액(?) 제품 교환권


제품 교환권과 금액권은 다르다.


전자는 정해진 상품으로 교환하거나, 또는 그 상품과 가치가 같거나 더 비싼 제품으로 ‘한 번에’ 구매해야 한다.


후자는 마치 선불 충전 교통카드처럼, 액면가에 있는 금액만큼을 그때그때 ‘원하는 만큼’ 사용할 수 있다.


파리바게트 3만 원 금액권이라면 오늘 3천 원짜리 빵을 사 먹고, 내일은 4천 원짜리 라테를 사 먹고, 내일모레는 1만 5천 원짜리 롤케이크를 사 먹을 수 있다.


금액권은 정말 고마운 선물이다. 여러 번 나누어서 필요할 때마다 쓸 수 있으니.


그런데 고액 제품 교환권은 정말 애물단지다.


커피 1잔 교환권은 부담도 없고 요긴하게 쓸 수 있지만 홀케이크나 아이스크림 케이크 같은 솔직히 사양하고 싶다.


요즘 누가 케이크 하나를 통째로 다 먹을까.


아마 어린이~청소년을 포함한 4인 이상 가족이라면 먹을 수 있겠지만 1인 가구나 2인 가구, 또는 성장기의 아이가 없는 가정에게는 참 부담스러운 선물이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내 경험상 회사에서나 친구들끼리 모여 10명이서 먹어도 남았다.


주식으로 먹는 게 아니라 후식으로 먹는 거니까.


2~3만 원어치를 한 번에 사 와서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받는 느낌이다.






챙겨주는 마음은 고마우나, 받는 사람에게 참 부담스럽고 불편한 선물이다.


이 선물을 받느니 그냥 축하 메시지만 주는 것이 내겐 훨씬 좋다.


그래도 꼭 저 선물을 주고 싶다 하면 그 가격에 해당하는 기부를 해달라고 하고 싶을 지경이다.


고맙지만, 그만 주면 안 될까요??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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