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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Sep 02. 2023

아침 댓바람부터 낯선 도시의 찜질방에 오게 되었다


지금은 아침 9시 45분.


난 지금 처음 와본 낯선 찜질방 가족 수면실에 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나갈 예정이다.


아침 댓바람부터 낯선 도시의 찜질방에 오게 된 연유는...





오늘 토요일은 가족 모임이 있는 날이다.


문제는 어제 금요일 밤, 남편은 야간 근무를 서야 했다.


"자기야, 나 아침 7시에 근무 퇴근하니까 회사로 데리러 와줘. 그리고 우리 모임은 11시 30분이니까 그 사이에 뭐 할지도 정해야 해."




남편은 이것저것 아침에도 들를 만한 주위 명승지 몇 개 리스트와 함께 오더를 내렸다.


남편이 근무 마치고 집에 올라왔다가 함께 가족 모임에 내려가게 되면, 동선도 비효율적이고 오자마자 옷만 갈아입고 나가야 하니 남편의 제안이 바람직했다.


생각해 보니 7시에 업을 가려면 집에서 6시쯤 출발해야 하는데, 씻고 준비하려면 적어도 5시에는 일어나야 하는 거다.


나도 수업을 10시에 마치니 마무리하고 퇴근하면 11시가 가까운데, 평소 8시 기상하는 나에게 5시는 미션임파서블이다.



음.. 아침에 씻지 말고 우선 픽업을 하자.
그리고 가는 길에 적당한 모텔에서 씻고
조금 쉬다가 가면 되겠네!



야놀자 어플에 들어가서 살펴보니 뭔가 이상했다.


 대실 이용시간이 따로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밤 8시까지.


엥? 아무 때나 대실 4시간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른 새벽(아마 3~5시 정도 까지도?)에 입실을 하면 4시간 뒤 나갈 거라고 해도 보통 숙박 비용을 내야 하고(피크타임이라 그런지), 아침 7시 8시 같은 시간엔 대실을 안 해주는 곳이 많다고 했다.


아마 전 날 숙박 손님으로 만실이 되거나 청소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그런 것 같다.


우선 아침이 밝으면 전화해 보기로 마음먹고 대안으로 찜질방을 생각해 뒀다.


새벽 5시 55분에 일어나 남편을 무사히 7시 픽한 후 모텔 전화를 부탁했다.


통화해 보니 다행히 한 곳은 방이 있으면 해 줄 것 같았는데 만실이라 했고, 다른 한 곳은 마침 방이 있다며 가능하다고 했다. 휴.


방이 있고 전화로 문의하면 되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어플에 공식적으로는 업주들이 대실 가능시간을 설정해 둔다는 것이 새로이 알게 된 부분이다.


모텔로 갈까 목욕탕을 갈까 하다가 남편이 어차피 잠을 잘 것 같지는 않다길래 몸을 푹 담글 겸 목욕 찜질방으로 오게 되었다.


일찍 일어나 피곤했는데 노곤노곤 몸을 푸니 불린 미역처럼 흐느적댔다.


평소에 더위를 많이 타서 목욕탕을 선호하지 않는 남편도 밤샘 근무에 피곤했는지 10여분 몸을 담그고 왔다고 한다.


낯선 도시에서 처음 보는 찜질방에 아침부터 누워있게 된 이 상황이 꽤 모험 같고 마음에 든다.


새벽 6시 비몽사몽 간에도 꼬옥 챙긴 박카스를 목욕 후에 마신 건 오늘의 하이라이트!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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