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너의 모든 순간들
마주 보며 살아낼 수는 없을진 모르지만
네가 가는 길들을
함께 나란히 걸어주는 상상을 해볼까.
평생 눈을 맞춰줄 순 없을진 모르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같은 하늘 아래에서
조용히, 함께 바라볼 순 있겠지.
봄이면,
벚꽃이 휘날리는 연희숲길 같은 길을
가볍게 걷다 보면
바람이 숨이 되고,
그 숨이 조용히 향처럼 스며와
너의 머리칼을 살짝 흔들어.
햇살은 벚꽃 잎을 반짝이게 하고,
그 투명한 순간,
네가 조용히 숨을 들이쉬며
“이 공기 좋다”라고 말할 것 같아.
나는 그걸
셔터 한 장처럼 조심스럽게 마음에 담아두는 거야.
여름엔,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초록의 농담을 만들어내는 길을
네가 가만히 바라보는 모습이 떠올라.
그늘 아래 잠시 멈춰
손에 들린 복숭아를 천천히 베어물 듯
햇살을 음미하듯 바라보는 너를
나는 조금 뒤에서
말없이 지켜보다가
그 순간을 한 컷처럼 기억하게 되겠지.
가을이 오면,
조금은 쓸쓸한 바람에
마른 잎들이 발밑을 채우고
너는 정동길 뒤안길을
예전처럼 혼자 천천히 걷고 있을 것 같아.
낙엽을 밟을 때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유난히 좋아하던 너.
그 리듬에 맞춰
가끔은 나뭇잎을 살짝 모아 한 번 더 밟고
조금 웃을지도 몰라.
그 웃음이 내 마음속에서
오래 아껴둔 노래처럼 조용히 울릴 거야.
겨울엔,
아무 말 없이 눈이 내리는 날
너는 천천히 걷다가
하늘을 올려다보겠지.
하얀 숨결이 조용히 번지는 그 고요 속에서
멀리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캐럴을 들으며
눈꽃 하나를 손끝에 받아내고
가만히 미소 지을 너를 상상해.
그리고 나는
그 눈 내리는 계절이
네가 태어난 계절이라는 걸,
그리고 매년 누군가에게 네가 따뜻한 노래를
건네는 계절이라는 걸,
늘 잊지 않고 기억할 거야.
그렇게 사계절이 흐를 동안
어디선가 너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그 웃는 얼굴을 조용히 갈무리해 두었다가
보고 싶어지면
네가 잘 지내는지는 알 수 없어도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것만으로
참 다행이라 여기며
멀리서 조용히, 기도하듯
그 순간만큼은 네가 웃고 있기를
그 계절 속에서 행복하길
조심스레 바랄게.
00-.
나는 그 이름의 뜻처럼
그렇게 그 모든 계절들을 몇 번이고 기쁘게 맞을게.
함께할 순 없어도
늘 곁에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