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중학교 졸업을 앞두었던 저의 자녀는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학부모로서 저는 인터넷에서 공부 관련 동영상이나 글을 많이 봅니다. 「아이의 공부 자극, 이렇게 깨워라!」는 동영상을 보면서 왜 말처럼 안 되는 것인가 고민도 하지요.. 하하. 그런데 이러한 공부와 관련한 동영상을 보면서 “공부는 결국 유전이다!”라는 말을 많이 듣고 보게 됩니다. 이러한 동영상에는 실제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자기 주변의 사례를 들면서 이 문구의 진실성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저는 유전임을 주장하고자 하는 “공부”의 대상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받고 있는 중학교까지의 의무교육 또는 고등학교나 대학교 교육은 소위 엘리트 양성을 위한 교육이 아닙니다. 국가 기술 발전을 위한 과학도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도 아니지요. 우리가 지금 받는 대중 교육의 역사는 사실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사회지배계급인 양반만이 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공통된 현상이었습니다. 지식에의 접근은 매우 한정된 계급에만 허용되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처벌을 받았지요.
그러나,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지금과 같은 대중 교육이 필요해졌습니다.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에서 근무하기 위한 노동자의 수요가 급증하였고, 자본가의 지시를 이해하고 실행하는 노동자가 필요해진 것이지요. 교육의 방향도 기존의 지배계급을 위한 한정된 교육에서 일반 대중교육, 또는 보편교육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즉, 우리가 지금 받고 있는 교육은 “Employee”를 생산하기 위한 교육이지 “Employer, 또는 Entrepreneur”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대입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볼까요? 이 시험도 말 그대로 “대학”에서 “수학, 즉 배우는”, “능력”이 있는지를 보는 시험입니다. 이미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를 뽑는 것이 아니고, 대학에서 학문을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를 뽑는 시험인 것입니다.
예전에 제가 읽었던 책 중에 공부가 유전인가를 다룬 책이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제목은 잊어버렸지만 이 책은 공부는 유전이라는 실험 결과가 나온 것은 맞지만 이를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공부가 유전의 영향이 큰 것은 맞는데, 이때의 공부란 세계적으로 과학의 발달이나 학문의 발달에 크게 기여한 “노벨상 수상자들” 정도의 공부를 말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노벨 물리학상이나 노벨 화학상과 같이 어떤 분야에 대해서 깊이 있는 연구를 해야 하거나, 학문의 수준이 비교적 높아야 하는 영역에서는 노력보다는 유전적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즉, 이 책은 그 간의 노벨상 수상자를 연구해 보고, 이러한 수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보다는 학문에 대한 깊이나 통찰력, 창의적인 발상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고 이런 면에서 이러한 수준의 공부는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해 온 의무교육인 중학교 내지 고등학교에서의 공부나 대학 공부는 이러한 창의력이나 통찰력을 요구하는 수준의 공부는 아닙니다. 이러한 공부가 유전이라고 한다면 이때 말하는 유전이란 적어도 평균 수준의 지능을 갖추어야 한다, 심각한 지적 장애나 박약의 수준이 아니어야 한다는 정도의 의미를 뜻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