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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OH Sep 16. 2024

3. 변호사 시험 과목들을 공부하는 방법

 이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변호사 시험의 합격을 위한 과목별 공부 방법을 살펴보는 것은 아니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공부를 한 지 하도 오래되어서 여러분께 이렇게 공부하면 된다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도 전혀 없습니다. 다만 기억을 반추하여 제가 했던 공부 방법을 되살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 헌법     


 사람들이 가장 쉽게 다가가는 과목이 헌법이 아닐까 합니다. 헌법은 크게 기본권론과 통치구조론으로 구분됩니다. 이중 기본권론은 추상적인 개념들이 많기는 하지만 이러한 개념들은 추상적인 만큼 “아, 이런 뜻이지 않을까?”하고 그 뜻을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가가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 처음 이러한 문구를 접하였더라도 대충 무슨 뜻인지는 알겠다는 감은 올 것입니다. 그래서 헌법은 쉽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헌법은 사실 추상적인 개념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나중에 더 어렵다고 생각하게 되는 과목입니다. 통치구조도 마찬가지입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대통령제니, 의원내각제니 하는 말들은 들어본 적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아, 이러한 제도를 말하는 것이구나 하고 감은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과목들도 그렇지만 헌법도 이 헌법을 바라보는 학자들의 시각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기본권론과 통치구조론이 별개로 노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헌법이론은 헌법에서 다루는 기본권, 통치구조 등을 모두 꿰뚫는 시각 또는 이론으로, 학자들은 자신이 취한 관점과 이론에 따라 헌법을 바라보고 설명하려 합니다. 헌법을 공부하셨다면 켈젠의 법실증주의, 슈미트의 결단주의, 마지막으로 스멘트의 통합과정론을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헌법을 공부할 때에는 각 학자들의 관점에 따라 국가와 사회의 관계, 헌법의 의미, 나아가 기본권을 이해해 나가야 합니다. 관점의 일관성을 가지고 말이지요.     


나. 형법     


 설명에 들어가기 앞서 총론과 각론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민법도 그렇고, 형법도 그렇고 법학은 무슨무슨 총론, 무슨무슨 각론으로 과목들이 나누어져 있어서 이를 사실은 하나의 과목으로 이해하지 않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많은 법학도들이 실상은 한 과목이지만 총론과 각론을 종합하여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사실 총론은 말 그대로 “총론”으로 어떤 부문의 일반적 이론을 총괄하여 서술한 것입니다. 각론은 말 그대로 개별적 사항을 논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과목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그 과목을 이루는 요소요소들을 살펴보니 요소들마다 공통점이 있어서, 이를 한꺼번에 모아서 설명한 것이 총론이고, 요소별로 개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각론입니다. 설명 방법을 달리 하면 총론과 각론을 굳이 나누지 않고 요소마다 총론적 사항과 각론적 사항을 한꺼번에 설명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1) 형법총론     


 헌법에서 본 “관점”의 일관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과목이 형법입니다. 형법은 형벌의 목적, 범죄의 본질 등을 형법학자들이 공부하면서 크게 주관주의, 객관주의, 그리고 이 둘을 잘 섞어서 좋은 것만 취한 – 그래서 이론의 정합성은 좀 떨어지는 – 절충주의가 있습니다. 형법총론을 공부할 때에는 이러한 주관주의와 객관주의의 관점을 일관되게 견지하면서 형법을 이해해야 합니다.     

 

2) 형법각론     


 총론과 달리 각론을 공부할 때는 조금 다릅니다. 각론은 “법조문”을 공부의 시작점으로 두고 공부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면 살인죄는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형법총론에서 공부했던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성은 모두 “사람을 살해한 자”에 대한 해석이요 법 적용을 하는 프로세스입니다.      


 사실 형법은 개별 범죄가 어떤 구성요건을 갖는지를 규정해 놓은 것입니다. 우리는 형법총론에서 범죄가 성립하고, 이를 행위자에게 책임을 물어 행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구성요건해당성과 위법성, 그리고 책임성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고 배웁니다. 간단히 풀어서 보면 구성요건해당성, 즉, 해당 범죄를 구성하는 요건에 해당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와 같이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위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위법한 행위가 행위자에게 귀속될 수 있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이러한 행위의 발생을 행위자에게 책임 지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살인죄에 있어 이를 적용해 보면, 먼저 살인죄의 구성요건은 “사람을 살해한”입니다. 행위자의 행위가 이러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려면 먼저 행위 대상이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인지 아닌지는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만 이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가령 행위자의 행위 대상이 임산부였다고 합시다. 만삭의 임산부를 살해하였을 때 행위자는 몇 명의 사람을 살해한 것일까요? 또는 행위자의 행위 대상이 이제 막 출산을 위한 진통을 시작한 임산부인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진통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서 출산이 막 시작된, 즉 태아의 머리가 나오기 시작한 때에는요? 상황을 달리 해서 식물인간 상태의 사람이 살인 행위의 대상인 경우는 어떨까요? 


 이와 같이 살인죄의 구성요건인 “사람”에의 해당 여부도 해석이 분분할 수 있고, 실제로 어떤 경우에 사람으로 볼 것인지는 나라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또 법의 목적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언제부터 사람이 되느냐가 형법과 민법이 서로 다르게 보고 있는 것도 각 법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행위자의 행위가 “살해한”에 해당되어야 합니다. 여기에서도 여러 가지 해석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냥 밀쳐버렸는데 행위의 대상이 뒷걸음치다가 넘어져서 머리를 부딪혀 사망한 것을 “살해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여기에서 형법 총론에서 배우는 고의와 과실, 좀 더 깊게 나아가면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 등 여러 난해한 개념들이 나오지요. 그리고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도 따지게 됩니다. 


 또 통상 구성요건에 해당하면 그 행위는 위법한 것으로 인정되나, 일정한 경우 이러한 위법성이 없게 되는 것으로 만드는 사유들이 있습니다. 이 위법성을 없애 버리는 것을 어려운 말로 “조각”, 즉 깨뜨린다고 하고 형법총론은 이를 위법성 조각 사유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위법성 조각 사유로 정당방위를 들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 책임성입니다. 예를 들면 미성년자나 심신미약자, 심신상실자는 자신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한 경우에도 책임이 조각된다고 하는 것이지요.      


 생각보다 형법에 대한 설명이 길어졌습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비단 형법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과목을 공부할 때에 총론과 각론을 별개로 생각하지 말고 항상 종합하여 사고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다) 민법     


 민법은 아마 변호사 시험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단 민법총칙 – 물권법 – 채권 총칙 – 채권 각칙 – 친족상속법 다섯 과목으로 구성되어 그 양도 일단 압도적입니다. 이러한 민법도 역시 앞서 형법에서 본 바와 같이 총론과 각론 내지 총칙과 각칙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역시 민법이라는 과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를 설명하기 편하게 대상을 나눈 것입니다. 따라서 총론과 각론을 종합적으로 보는 연습이 필요하고, 특히 이러한 사고의 연습은 주관식 문제를 푸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갑과 을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은 바로 채권각칙상 임대차가 문제 되겠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체적 문제로 들어가기 전에 자동적으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사안은 임대차계약이라는 법률행위에 관한 문제이구나. 그런데 임대차라는 특정한 법률행위를 논하기 전에 먼저 일반적으로 법률행위는 성립 요건과 효력 요건으로 구성된다. 성립 요건은 당사자가 있을 것, 의사표시가 있을 것, 그리고 법률행위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효력 요건은 당사자가 권리주체로서 능력이 있을 것, 다시 말하면 권리능력, 의사능력 및 행위능력이 있어야 하고, 의사표시에 있어서는 의사와 표시가 일치하고 하자가 없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률행위의 목적이 확정, 가능, 적법, 사회적 타당성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 사안에서는 이 모든 것을 갖추었는지 먼저 보아야겠다. 이를 사전적으로 스크린 하고 난 다음 구체적인 임대차 계약에서 무엇을 물어보는지 볼까 하는 사고과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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