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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OH Sep 16. 2024

2. 변호사 시험의 공부 방법(계속)

나. 객관식과 주관식은 공부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러분, 저는 대학을 다닐 때에는 사법시험공부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고시 공부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합격까지 걸리는 시간은 다르지만 통상 졸업 후 2-3년이면 붙는 패턴을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이들은 먼저 학교를 다니면서 또는 휴학을 하고 2-3년의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하고, 준비가 어느 정도 되었을 때 1차 시험을 치릅니다. 이처럼 처음 보는 시험을 “초시”라고 하는데, 이 초시에서 운이 좋게 1차를 붙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초시에서 객관식 1차 시험을 통과한 학생이 익년도 2차 시험을 또 한 번에 붙어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초시에서 1차를 붙고, 익년도 2차 시험을 떨어지고 나서 다시 1차와 2차를 한 번에 붙거나, 재시 1차를 붙고, 그 익년도에 2차를 붙는 패턴이 가장 많은 유형인 것 같았습니다. 아니면 이 두 번째를 2차를 붙을 때까지 무한 반복하는 것이지요. 


 어떤 경우에는 1차는 계속 붙는데 2차가 계속 떨어지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1차라도 안 붙으면 마음을 접겠는데, 1차를 계속 붙어버리니 포기도 못하는 것이지요. 감히 판단하건대 저는 이러한 마지막 패턴을 보이는 학생은 앞서 말한 “뼈대” 내지는 “단권화”를 잘 못한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해당 과목 전체의 뼈대가 머릿속에 들어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통암기 내지는 내용을 외워버리는 방법은 적어도 1차까지는 통할 수 있습니다. 좀 무식한 방법이지만 그냥 이론도 외우고 판례도 외우고 기출문제도 다 외워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2차는 다릅니다. 2차의 공부 방법은 1차와는 달라야 합니다.     


1) 내용을 알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객관식 시험     


 객관식 시험은 문제와 선지가 이미 다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응시자는 주어진 선지에서 문제가 원하는 답을 고르는 것으로 “응시자가 이 내용을 알고 있는지”, 즉 응시자의 내용 파악 능력을 체크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객관식 시험은 주관식 시험보다는 내용을 얕고 광범위하게 알고 있어야 더 잘 풀 수 있습니다. 


 수많은 기출문제를 통하여 각 부분에서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어떠한 유형이 나오는지를 아는 것이 객관식 시험을 대비하는 주요 방법일 것입니다. 이러한 1차를 공부할 때에도 시간과 노력을 엄청나게 요구하는 “다 외워버리는 방법”보다는 해당 과목의 뼈대를 머릿속에 넣고 이 뼈대에 맞추어 이론과 판례를 정리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다만 “나는 뼈대는 모르겠고 그냥 다 외워버리겠다”는 방법이 1차에는 통할 수 있습니다.   

  

2) 무엇을 아는지를 체크하는 주관식 시험     


 이와 다르게 주관식 시험은 케이스, 즉 주어진 사례에서 쟁점을 찾아낼 수 있는지를 체크합니다. 즉, 응시자는 주어진 사례에서 무엇이 쟁점인지를 직접 찾아내야 하고, 이렇게 찾아낸 쟁점에 관련된 법적 원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원리가 이 쟁점을 푸는데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객관식 시험은 이미 문제의 쟁점을 알려주고, 이에 관한 법적 지식을 묻는 것이라면 주관식 시험은 문제의 쟁점을 직접 찾아낼 수 있는지, 그리고 이에 관한 법적 지식이 갖추어져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객관식 시험을 위해서만 공부한 사람은 당연히 주관식 시험에 대한 대비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민법에 공유, 총유, 합유의 내용이 나오는데 객관식 시험을 위해서는 공유와 총유, 합유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관련된 주요 판례를 외우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공유, 총유, 합유의 내용이 주관식으로 나올 때에는 먼저 이 문제가 공유, 총유, 합유를 묻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고, 이 중 어떠한 사항이 관련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공유에 관한 문제였다면 공유에서도 공유물 처분을 물어보는 것인지, 공유물 분할에 관한 것을 물어보는 것인지 등을 알아야 하고, 관련 법적 내용을 사안에 적용하여 결론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변호사 시험의 합격률이 낮은 이유 내지는 과거 많은 사법시험에서 2차에서 고배를 마시고 탈락한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도 이 “주관식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통과하지 못한 이유는 앞에서 본 중고등학교 내신의 공부 방법 내지는 서울대에서 A+를 받는 방식의 공부 방법을 그대로 고수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본 다 외워버리는 전략을 쓰는 경우에는 주관식 시험 통과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주관식 시험의 가능한 유형을 모두 외우지 않는 한 “쟁점 파악”이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니까요.      


가) 머릿속에 “벨”이 울려야 한다.     


 여러분, 변호사 시험은 객관식 시험을 통과하였더라도 종국에는 주관식 시험인 2차까지 통과해야 붙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관식 시험을 대비하는 마음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단순히 주어진 지식을 머릿속에 잘 정리하기보다는 지식의 전체 체계를 머릿속에 담고, 필요한 지식을 빼낼 수 있어야 합니다.     

 

 가령 형법 사례문제라면 “갑과 을이 …”라고 시작하는 문장을 보면 “갑과 을? 정범과 공범이 문제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날이 어둑해지던 중”이라는 문구를 보면 “어둑어둑? 아, 야간인지 여부를 물어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갑은 당황하여 주위에 있는 막대기를 집어 들고”라는 문구를 보면, “막대기? 아, 이게 위험한 물건에 속하는지, 즉 특수폭행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야 합니다. 


 사례에서 제시문은 그냥 무의미하게 주어진 것은 없으므로 제시문을 볼 때마다 머릿속에서 이 사안에서 관련된 쟁점이 무엇인지가 팍팍 튀어나와야 합니다. 객관식은 쟁점을 주고 시작하고, 주관식은 여러분이 쟁점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함을 잊지 마세요.     


나) 쟁점과 관련한 법적 내용을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     


 쟁점을 파악했다면 다음으로는 이 쟁점에 해당하는 법리와 판례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쟁점과 연관시켜 풀어나가고 답을 도출해 내야 합니다. 이러한 능력이 요구되는 이유는 시험을 통과하고 나서 실무를 할 때 더욱 요구됩니다. 의뢰인이 상담해 오는 사안 또는 로펌이나 회사에서 변호사로서 업무를 할 때 질의받은 사안에 대하여 어떤 법적 쟁점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 광범위한 지식의 바다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능력이 중요하다.   

  

 너무 거대담론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이러한 능력이야말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는 지식이나 정보가 차단되거나, 일부에게 국한되어 소유되는 그런 시대는 아닙니다. 오히려 정보의 양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이미 주어진 정보나 지식을 얼마나 잘 외울 수 있는지,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를 시험하고 이러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인재로 찾았던 시대는 가고 있습니다. 이보다는 사안에서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하여 필요한 지식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능력, 즉 이슈 파악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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