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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OH Sep 16. 2024

제4장 영어(계속)

5. 회화를 잘하기 위한 첫걸음     


가. 발음에 너무 기죽지 말자     


 이제는 어렸을 때부터 영어 유치원이다 해서 영어에 노출이 많이 되어 있기 때문에 예전에 제가 어렸을 때처럼 사람들이 영어에 주눅 들어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영어를 잘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그럼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실제로 개인적인 영어역량을 떠나서 겸손(?)을 중요시하는 우리 문화에 기인한 탓도 있고, 또 “완벽한 영어”의 기준을 세워 두고 이 기준에 맞아야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풍토의 탓도 있는 것 같아요.      


 오래전 EBS에서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영어와 발음을 엄청 굴리는, 그러나 어휘의 질(?)은 좀 낮은 영어를 소리만 들려주되, 한쪽은 한국인들로 이루어진 그룹으로 다른 한쪽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외국인들에게 들려주는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두 개의 영어를 들려준 다음 어떤 영어가 더 수준이 높을 것으로 생각하는지 각각의 그룹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놀라운 것은 전형적인 한국인의 영어 발음으로 말하는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영어를 한국인 그룹은 모두 “영어를 잘 못하는 것 같다”라고 하는 반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외국인 그룹은 모두 매우 고급스러운 영어를 구사한다고 답한 것입니다. 발음은 좋으나 어휘의 구사 수준이 그리 높지 못한 영어에 대하여는 당연히 반대의 결과가 나왔지요.      


 그렇습니다. 여러분, 영어 발음이 좋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용하는 어휘의 수준, 문맥의 일치, 일관성 등이 종합된 것이 영어이고, 결국 자신의 의견을 얼마나 잘 논리적으로 영어로 표현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유독 이 “발음”에 많은 평가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미국영어보다 영국식 영어, 거기에 Posh English다 해서 귀족들이 사용하는 영국식 영어를 사용하면 너무 멋지다는 반응을 이끌어 내는 방송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러나 저는 Posh니 뭐니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나의 생각을 영어로 잘 표현할 수 있는가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발음이나 말을 빨리 한다고 해서, 또 현재 사회에서 유행하는 단어를 많이 쓴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에요. “졸라”,“대박”,“갓생” 이런 말들을 외국인이 한다고 해서 와, 저 외국인 한국말 정말 잘한다고 하지는 안잖아요?     


 사실 영어의 종류는 너무나 많고 우리나라도 각 지방마다 사투리가 있듯이, 영어도 한 나라 안에서도 발음이 다 다릅니다. 또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마다 각자 다른 영어가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쓰는 영어가 다른 나라의 영어보다 더 고급스럽다거나 낫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발음을 좋게 하려고 애쓰기보다 일단 내 생각을 표현하는데 더 중점을 두면 영어를 잘할 수 있습니다.     


나. 문법에 너무 신경 쓰지 말자     


 또 하나는 문법에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때 문법에 맞게 써야 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타이밍을 놓치는 때가 많습니다. 저는 회화를 위한 영어학원을 대학교 1학년 때 잠깐 다닌 적이 있어요. 당시 친구랑 같이 다녔었는데, 이 친구도 역시 저와 같은 국내파였지요. 강사가 어떤 주제에 대해서 말하는데, 수업이 끝나고 제 친구가 한 말이 있습니다. “아, 나도 한마디 하려고, 가정법으로 표현을 어떻게 하나 생각하면서 if + 주어 + had p.p, 주어 + would have p.p로 문장을 가까스로 만들고 입을 열려고 하니, 이미 그 주제는 지나가 버렸다고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문법적으로 옳은 표현을 쓰려고 고민하고, 틀린 표현을 하면 부끄러워하지요. 그러나 저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가 한국말을 할 때도 시제를 다 맞춰가면서 표현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문법도 엄청 틀리고, 심지어 오류를 밥먹듯이 하는 표현들도 있습니다. 잃어버리다와 잊어버리다, 자주 헷갈려서 쓰시지 않나요? 그러나 우리가 문법을 틀렸다고 해서 부끄러워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영어나 다른 외국어를 할 때도 가져야 합니다. 일단 입을 여는 겁니다!     


다. 표현에 너무 기죽지 말자     


 계속 같은 이야기입니다만 좀 멋있는 표현을 쓰려고 굳이 노력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영어를 전문으로 써야 하거나, 동시통역사처럼 정확한 전달이 목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영어는 “의사표현의 전달도구”에 불과합니다.      


 또 우리가 많은 숙어를 안다고 해도, 실생활에 많이 쓰이는 표현인가 하는 문제는 또 다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앞서 말씀드린 영어학원을 다닐 때 강사는 캐나다에서 온 케빈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케빈도 한국인 여자친구를 두어서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제가 도대체 무슨 단어를 공부하나 봤더니 “급사”라는 단어를 공부하고 있더라고요. 


 급사? 여러분, 무슨 뜻으로 이해하셨나요? 갑작스러운 죽음을 생각하셨나요? 사실 저는 급사라고 해서 이런 뜻인 줄 알았어요. 그랬더니 케빈이 계속해서 “ 큽싸... waiter or waitress”라고 외우고 쓰면서 공부하는 거였습니다. 세상에, 예전에 쓰던 종업원을 칭하는 말, 給仕였던 거였어요. 케빈이 아무리 나중에 급사라고 말을 한들, 이 말을 알아듣는 내지는 쓰는 한국인이 얼마나 있을까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억수같이 비가 오다 할 때 우리는 “it rains cats and dogs”라고 쓰고 이 표현을 외웁니다. 그러나 여러분, 영상을 찾아보시면 이런 더 이상 쓰지 않는 표현을 공부하지 말라는 네이티브 강사들의 말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실생활에서는 쓰지 않는 표현이라는 것이지요! 케빈이 급사라는 단어를 공부했듯이 우리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표현을 공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단순한 표현으로 명료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영어를 잘 말하는 지름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는 앞서 뉴욕주 변호사 시험을 볼 때 어려운 표현을 쓰려하지 말고, 단순한 문장으로 짧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라는 말과도 상통합니다.     


6. 독해를 잘하는 방법     


 다음으로 독해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첫 번째 방법은 “눈으로만 보라!”는 것입니다. 요새 한창 티브이에서 수험생을 대상으로 클리닉을 다루는 “티처스”라는 프로그램을 제가 보다 보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펜을 들고 줄을 그어가면서 또는 끊어 읽어야 할 부분을 표시하면서 지문을 읽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하면 독해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눈은 손보다 빠르다!”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펜으로 지문을 읽으면, 눈은 펜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이렇게 펜으로 표시해 가면서 독해하는 학생들은 그렇게 독해하면 왠지 더 잘 이해되는 것 같은 생각으로 그렇게 합니다. 그러나 – 저는 속독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 천천히 읽는다고 해서 이해가 더 잘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어는 써진 순서대로 읽어나가는 습관을 기르면서 쭉~ 빠르게 읽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주어와 동사를 찾아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영어는 주어가 있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동사가 있습니다. 문장의 주어와 동사가 한 번밖에 안 나온다는 것은 곧 단문(單文)이라는 것이고, 주어와 동사가 두 번밖에 안 나온다는 것은 곧 복문(複文)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아, 단문은 문장이 짧고, 복문은 길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 번 볼까요? 아래는 2024년도 6월 수능 모의고사 34번 문제입니다.     



 이 문제의 첫 번째 문장을 볼까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그냥 나오는 순서대로 앞에서 뒤로 이해하라고 말씀드렸지요? One of the common themes of the West philosophical tradition is the distinction between sensual perceptions and rational knowledge. 이 문장의 처음 단어 “One”을 보고 여러분은 아, 뭔가에 대하여 말하려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어떤 one이지 하고 보았더니 바로 뒤에서 설명해주지요? of the common themes라고 합니다. 아하, 하나긴 하나인데 어떤 하나를 말하나 봤더니 통상적인 주제 중의 하나랍니다. 무슨 통상적인 주제일까 보니 곧바로 of the Western philosophical tradition, 서양 철학 전통에서 다루는 통상적 주제라고 바로 알려줍니다. 이처럼 영어 문장을 볼 때에는 나오는 순서대로 이해하면 됩니다. 


 그리고 ‘One이라고 했으니 그에 대한 동사는 언제 나오지?’ 하는 기대의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엄청나게 긴 주어 뒤에 이제야 동사가 나오네요. “is”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주어가 너무 길어서 도대체 무슨 말하려는지 잘 감이 안 잡힐 때에는 문장의 주어를 찾고, 바로 그에 해당하는 동사를 찾으세요. 


 One이 주어란 것은 알 수 있지요? 뒤에 of가 얼마나 길 건, 몇 번을 나오건 of가 문장의 주어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여러분은 다 넘어가고 one에 해당하는 동사를 바로 찾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One is the distinction. 이 문장이 이 세 줄을 넘어가는 문장에서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 문장을 one의 뒷부분에서 두 번의 of를 통해서 무엇의 one인지를 구체화해 주고, between 이하가 어떤 distinction인지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 문장은 주어와 동사가 한 번밖에 안 나오는 단문이지만 무려 세 줄의 길이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다음 문장도 봅시다. 가장 먼저 주어를 찾아봅니다. supremacy이네요. 그럼, 여러분은 아, 이에 해당하는 동사가 뭐지? 하고 찾아야 합니다. 동사가 될 만한 것을 찾아보니 좀 뒤에 is based가 보이네요. 이 문장은 “the supremacy is based”가 확장된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supremacy가 무엇에 대한 supremacy인가를 바로 뒤의 of rational reason이 구체화시켜주고 있고, 어디에 based 되어 있는지 바로 뒤에서 on the assertion이 구체화시켜 주고 있습니다. 또다시 어떤 assertion인가 보았더니 that 절에서 설명해 주고 있네요. that it is able to extract true knowledge from experience라고 말이지요. 


 길거나 어려워 보이는 문장을 볼 때 여러분은 반드시 주어와 동사를 먼저 찾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가장 필수불가결한 요소만을 뽑아서 문장을 머리에 그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 나머지를 어떻게 문장이 구체화시켜 주고 있는지 보고, 구체화시켜 주는 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영어 문장을 보시면 문장에서 중요한 말을 먼저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뒤의 that 절도 이를 잘 보여줍니다. 우리가 문법 시간에 그렇게 외웠던 가주어 진주어, it ~ to 용법 기억나시나요? 이것도 굳이 외울 것이 없는 것이 영어는 주어가 긴 것을 싫어합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가 곧 나와야 하고, 이 무슨 말에 해당하는 것이 결국 동사 내지는 서술어거든요. 제가 영어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가 받아들이는 영어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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