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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OH Sep 16. 2024

제4장 영어(계속)

2. “영어”는 “영어식대로”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영어 공부를 하는 이유와 목적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 있습니다. 바로 영어는 영어식대로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영어식대로 생각해서 공부하라는 책들이나 학원이 많이 있습니다. 영어식대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은 이제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알려진 방법이라 수능 영어문제집을 보아도 직독직해 내지는 앞에서 뒤로 그대로 해석하라는 해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영어식대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은 독해에서도 필요하지만, 듣기에서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I go to school”이라는 문장을 읽거나 들었을 때, 주어 “I”가 나오면, 머릿속으로 아, 이 주어가 무얼 하나보다, 이렇게 준비하는 자세로 있다가, “go”가 나오면 아, 이 “I”가 가는구나, 그런데 어디로 갈까? 이렇게 기대해야 하고, “to school”이 나오면, 아하, 이 사람이 가긴 가는데, 가는 곳이 학교구나!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들리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볼까요? “I know a person who keeps a diary everyday.”라는 문장이 있다고 합시다. 이 문장도 역시 “I”를 보게 되면 아, 이 문장의 주어는 “I”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그다음 “know”를 보면 아, 문장 주어 “I”가 “know”를 하는구나 생각합니다. 뭘 “know” 할까? 이렇게 기대하시는 거예요. 그다음 “a person”을 보면 음, 뭘 know 하나 봤더니 person이구나 하고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그다음 “who”를 보면, 아, 이 person이 뭔가 있구나 생각하세요. 똑같은 방식으로 keeps를 보면 아 이 person이 keep을 하나 보네, 그런데 뭘 keep 할까 하고 기대하시는 거지요. a diary를 보면 아 다이어리를 keep 하는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everyday를 보면 아 keep 하는 것이 diary인데 그걸 everyday 하나 보네, 이렇게요.     


 그냥 귀에 들리는 대로 받아들이고 “나는 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을 안다” 이렇게 우리말처럼 해석하려고 하지 말라는 겁니다. 너무 길게 말씀드렸나요? 제 말씀의 요지는 ‘영어는 들리는 대로 받아들이자!’라는 겁니다.     

3. 듣기는 반복으로!     


 제가 혼자서 영어공부를 할 때 제일 안 되었던 것이 이 듣기입니다. 귀가 트인다고들 표현하는데, 제 귀는 도통 트이지가 않더라고요. 예를 들면 학교 어학실에서 머리에 헤드셋을 꼽고 CNN 뉴스를 듣는다고 하면, 아무리 집중을 해도 “Please stay tuned”라거나 “We’ll be back in a moment”라는 말만 들리고 정작 뉴스가 시작되면 “Israeli troops”라고 주어만 들릴 뿐, 이 이스라엘 군대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가 안 들리는 것입니다. 너무 빠르게 확~ 지나가버리고 말더라고요.      


 왜 그렇게 귀가 안 트였을까요? 이유는 제가 계속 새로운 것을 들으려고만 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토익 시험 볼 때 이런 것 경험한 적 없으신가요? 자, Listening Comprehension 시작입니다.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가 파트 원 섹션을 잘 설명해 줍니다. 45분간 여러분의 듣기 능력을 4 파트로 나누어 체크하겠다 뭐 이런 말이 나오지요.      


 곧이어 듣기의 첫 번째 파트가 시작합니다. 중저음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네 개의 문장을 듣고 그림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을 고르라 합니다. 보기 설명이 끝나고 드디어 문제가 시작합니다. “Look at the picture marked number one!.” 여러분, 이 문장을 못 들으시는 분은 아마 안 계실 거예요. 문제는 이 문장 다음부터가 안 들리는 것이지요. 그다음 다시 “Look at the picture marked number two!” 이 문장도 또 잘 들립니다. 정작 문제가 안 들려서 골치가 아프지만요.      


 이 “Look at the picture marked number X”가 토씨 하나까지 다 들리는 이유는 이 문장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귀가 안 트인 저와 같은 사람의 경우에는 무조건 남들이 듣는 뉴스라던가 드라마라던가 이런 걸 보시지 말고, 반복을 통하여 귀가 트이도록 해야 합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가. 4줄~5줄가량되는 한 Paragraph를 선택     


 반복 청취를 통하여 귀가 트이려면 너무 짧지도 않은, 그렇다고 너무 길지도 않은 대략 한 4줄~5줄 되는 정도의 글 한 문단을 선택하세요. 토익 듣기 부분의 파트 3 또는 파트 4 중 아무것이나 하나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나. 스크립트를 보지 말고 한 번 들어볼 것     


 다음으로 스크립트를 보지 말고, 해당 부분을 들어 봅니다. 들리는 것도 있고, 안 들리는 것도 있겠지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다. 주어와 동사를 받아 적으려고 하면서 들어 볼 것     


 이제는 좀 더 집중해서 주어와 동사만 적어보도록 하세요. 나만 알아보면 되니까 주어, 동사를 내가 알아볼 수 있게 빠르게 적어가면 됩니다.     


라. 주어와 동사 이외에 전치사 부분도 받아 적으려고 하면서 들어 볼 것     


 이번에는 주어, 동사 이외에 of라거나 to 등과 같이 흘려들었던 전치사를 자신이 쓴 주어, 동사의 문장에 채워가면서 들어 보세요.     


마. 스크립트와 자신이 쓴 문장을 비교하면서 들어 볼 것     


 이제 여러분은 같은 문단을 네 번이나 들었습니다. 슬슬 지겨우시더라도, 자신이 쓴 스크립트와 실제 스크립트를 보면서 다시 한번 들어 보세요. 그러면서 자신이 놓친 부분은 어디인지, 잘 못 들었던 부분은 어디인지를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바. 마지막으로 눈을 감고 들어 볼 것     


 진짜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들어 보세요. 여러분은 이미 해당 문단의 문장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눈을 감고 들어도 됩니다. 여러분은 아마 단어 하나하나까지 다 들리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반복 연습을 해도 잘 안될 때에는 문단을 좀 더 짧은 것으로 선택해서 해 보세요. 반복하면 들리게 되어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한번 귀가 트이면 다른 문장들도 잘 들린다는 것입니다.     


4. 영어단어, 외워야 하나요?     


가. 문맥 속에서 뜻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도대체 무슨 질문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단어를 외워가면서 하는 공부 방법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먼저 보통 단어를 외우는 방식은 – 특히 하루에 백 개 이상씩 외우도록 하는 방식의 경우 – 영어단어 옆에 한국어 뜻을 적고 이를 외우게 합니다. 영어로 뜻을 쓰게 하는 방법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이렇게 하면 백 개 이상씩 외우게 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영어 단어를 한국말로 뜻을 외우건, 영어로 외우건 이처럼 공부하는 것의 문제는 실제로 단어의 의미는 문맥 속에서, 즉 맥락을 찾아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body 하면 당연히 우리 머릿속에는 몸, 신체라는 뜻이 바로 떠오릅니다. 그런데 body는 문맥에서 체계라는 뜻을 가질 수도 있고, 시체라는 뜻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 대충 이 단어는 이런 의미로 쓰인 것 아닐까?”라고 추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치동에 있는 어떤 영어학원들은 하루에 수  백개의 단어를 외우게 하고, 이를 시험 보고, 틀리면 맞을 때까지 학원에 잡아놓는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저는 이처럼 하루에 수백 개를 외우는 것이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까 의문이 듭니다. 오랜 기간 기억하기도 힘들뿐더러 기억된다고 해도 조각조각 나 있는 상태로 기억된 단어가 도움이 많이 될까요?      


 굳이 어려운 영어단어들을 막 외우는 것이 그렇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또 잘 접하기 어려운 단어들은 문제에서도 뜻을 알려줍니다. 수능 영어를 보더라도 말이지요. 수백 개의 단어를 머릿속에 막 집어넣고 기계적으로 외우는 것보다는 몰라도 그 뜻을 “추측해서 맞출 수 있는” 추론 능력이 필요합니다.   

   

나. prefix, suffix를 이용해서 단어를 확장하기     


 문맥에서 영어단어의 뜻을 파악하는 것 외에 또 다른 방법은 prefix나 suffix를 이용해서 한 단어를 배울 때 여러 단어를 한꺼번에 공부하는 방법입니다. 우리나라 말이 70%가 한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한문을 알면 이해가 더 빠르듯이 영어도 사실 라틴어에서 파생되어 나온 말이기 때문에 만일 우리가 라틴어를 알면 영어에 대한 이해가 더 빠르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영어를 공부하려고 라틴어를 배울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좀 비슷하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저는 이 prefix, suffix를 이용한 단어 공부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단순하게 예를 들면 ex는 바깥, in/im은 안쪽을 뜻하고 port는 항구라는 뜻이 있으므로 export는 항구에서 바깥으로 나가니 수출, import는 항구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니 수입이겠구나 하는 식입니다.    

  

다. 내 입에 붙어야 진짜다.     


 저는 지금까지 토익이나 토플 등 영어시험을 위한 공부를 할 때 학원을 다녀본 적은 없습니다. 엄청나게 고달픈 고학생 수준은 아니었지만, 왠지 대학생이 되면 독립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서 그랬는지 하숙비 외에 또 학원비까지 집에 부담드리기가 싫었던 것도 있고, 혼자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에 학교 도서관이나 어학실을 이용해서 공부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 토플을 보았을 때는 PBT(paper-based test)였는데 600점까지는 어찌어찌 나오는데 이를 넘어서는 고득점은 참 맞기 힘들었습니다. 비용도 싸지 않아서 토익처럼 편하게 볼 수도 없고요. 그래서 그때 당시 획기적인 인기를 끌었던 박정 토플 문제집이 도서관에 있는 것을 보고는 “이거다!” 싶어서 책을 빌려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시험날! 박정 토플에서 나온 것처럼 – 지금 제 기억에 남아 있는 박정 토플 문제집의 요지는 ‘지문을 보지 않고 문제를 풀 수 있다!’였습니다 – 풀려다가 오히려 완전히 스텝이 꼬여서 더 낮은 점수가 나와버렸지요. 그래서 처음으로 학교 어학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사실 영어성적 향상에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 어학원에서 한 20명 정도를 선발해서 몇 명을 뽑아 캐나다에 6주간 보내주는 프로그램 대상자로 뽑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난생처음으로 단기간의 어학연수를 가게 되었지요.      


 앞에 사설이 길었지요? 이제부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나옵니다. 


 제가 머물던 홈스테이 가정에는 6살 된 조나단이라는 남자아이가 있었어요. 한 2주가 지났을까요? 저에게 먼저 다가오는 법이 없었던 조나단이 어느 날 버스에서 내린 저에게 오더니 물었습니다. “Are you an idiot?” 와~ 여섯 살짜리 꼬마에게 바보라는 소리를 듣다니… 저는 화가 나서 “Why are you talking to me like that?”이라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그 꼬마 왈, “Your response is ‘good’ only, no matter what I say”라고 하더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여러분. 왜 유머에서 하는 한국 사람들이 쓰러져도 “How are you?”라고 묻는 말에 “I’m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하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지요. 제가 아는 단어가 good 뿐이었겠습니까 만은 제 입에 착 붙은 단어는 good 뿐이어서 조나단이 무엇을 물어도 제가 ‘good’이라고 답했던 것이지요.      

 영어단어를 많이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내 입으로 많은 단어가 나오도록, 좀 더 다양한 표현이 나오도록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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