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청춘들의 쓸모 있어지기까지의 성장 소설
쓰잘머리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쓰잘머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나 사물의 쓸모 있는 면모나 유용한 구석'이니
결국 쓸모 있다는 말과 비슷한 뜻입니다.
우리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갖췄다는 뜻이겠지요.
그렇다면, 쓰잘머리 없다는 것은 필요가 없다, 사용가치가 없다는 뜻이 되니
<쓰잘머리 없는 이야기들>은 굳이 읽을 필요가 없는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죠.
도대체 어떤 이야기이길래, 쓰잘머리 없는 이야기인가 싶어 읽어본 책.
그 책의 내용은 대부분, 사회에서 쓰잘머리 없는 청춘들의 웃픈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소설에 나오는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남자, 여자라는 호칭으로 사용됩니다.
짧은 단편식으로 서른 개로 만들어진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다들 관련되어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성장하는 형식이라 조금 신선한 재미가 있습니다.
1.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집안에선 쓰잘머리 없는 어른으로 취급받아서 매일 눈치를 보며 퇴근하는 청춘
2. 공무원 시험준비생으로 예쁜 여자친구가 있지만, 결국 헤어지는 남자
3. 대기업에 입사했으나, 희망퇴직을 하고 다시 여러 직업을 전전하는 여자
4. 무명의 연예인, 작가 등등
즉, 이 소설은 사회에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서, 제 쓰임을 다하지 못하는 청춘들의 이야기입니다. 나중에는 청춘들이 사회에 자리 잡아 쓸모를 다하게 되긴 하지만요.
청춘은 분명, 이제 사회에 진입하여 자신의 쓸모를 다 할 수 없음이 분명한데 우리 사회는 그런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아서 쓸모가 없다고 평하는.. 그리고 그 쓸모없음에 스스로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게 씁쓸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네요.
그늘로 돌아온 여자는 다시 초점 잃은 눈으로 전방을 바라보며 빨대로 쪽쪽 주스를 들이마셨다. 그리고... 자신의 청춘도 쪽쪽 들이마셨다.
땡볕 같은 여름. 패스트푸드점의 라이더로 일하는 여자가 더위를 먹어서 쓰러진 후, 어느 구석진 곳에서 음료를 마시던 상황에 나온 문장입니다.
여자가 일을 하는 이유는 복학하기 위한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였습니다. 다른 곳보다 시급이 좀 셌기에 위험하고 힘들지만 라이더를 하던 그녀가.. 결국 더위에 지쳐 쓰러진 후 주스를 마시게 됩니다.
그 주스는 단순한 주스가 아니라, 자신의 청춘을 녹여낸 주스였습니다.
등록금을 위해, 자신의 빛나는 시간과 체력을 고스란히 아르바이트에 소비하는 모습이 주스에 담긴 것이죠.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생활비와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자신의 청춘을 바치게 됩니다.
아직 이렇다 할 학력이나 전문적인 기술, 경력등이 없다 보니 어쩔 수가 없죠.
최저시급을 주면 다행이고, 최저시급도 못 받으면서 일을 하는 대학생들은.. 냉정하게 말해 사회에선 아직 일을 하지 못하는 '쓰잘머리 없는' 인력들이죠.
그렇기에, 대우 또한 최저로 받으며 자신의 청춘을 바치는 모습들이 어쩔 수 없는 씁쓸함을 선사하여 마음에 남았던 문장입니다.
어머니가 쓰잘머리 없다고 평한 사람들은 대개 변변한 직장이 없거나 결혼하지 못했거나 혹은 남들에게 그런 지인을 알고 있다고 내세우기 민망하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제발 쓰잘머리 있는 놈들과 친해지란 말이야."
어머니로 대표되는 '어른'들은 보통 사회에서 자리를 잡은 어른들입니다.
그 어른들 입장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의 가냘픈 삶의 행보는 쓰잘머리 없어 보이겠죠.
무슨 마음으로 그렇게 바라보는지는 이해하지만, 쓰잘머리 없는 '청춘'이었던 입장에서는 조금 서럽고 뼈아픈 시선입니다.
쓰잘머리 있기 위해선, 쓰잘머리 없는 기간이 필수인데 우리 사회는 그런 기간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공식처럼 정해진 길을 척척 진행하고 남들이 다 알아주는 기업에 들어가야만 어른으로 취급해 주는 이 사회.
'취업준비생'이라는 용어가 있음에도, 대학생 다음에는 바로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어야만 하는 이 압박 속에서 많은 청춘들은 쓸모가 없어집니다.
그 쓸모없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폭력점임을.. 같은 어른들은 알까요?
소설에 나오는 어머니조차, 만약 나이가 더 들면 사회 입장에선 쓸모없는 '어르신'으로 취급하면 얼마나 가슴 아프겠습니까?
청춘이 자신의 쓸모를 다하기 위해, 쓸모없는 기간이 필요함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네요.
쓸모없는 청춘들은 결국 쓸모를 다하는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청춘의 풋풋함을 잃는 대신, 어른의 성숙함을 얻게 되는 것이죠.
다만, 그 성숙함을 얻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삐뚤어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더욱 인자해지기도 합니다.
그 방향성은 주변의 어른들의 시선과 자신이 겪은 경험과 기억에 따라 달라지죠.
저는 최근에야,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정규직으로써 자리를 잡고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야 쓸모없는 기간을 벗어나서 나의 쓸모를 다하기 위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저도 쓸모없었던 기간이 있었어서 그런지,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전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네요. 성숙한 어른이 되어 여유를 가지게 되더라도, 저의 쓸모없었던 기간을 잊지 않고 항상 자리잡지 못한 청춘들을 더 따뜻하고 배려심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어른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