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름 작가님의 힐링소설 리뷰
요즘처럼 휴식이 중요한 시대가 있나 싶습니다.
학생은 학생대로,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학업과 업무에 치이다 보니 휴식은 현대인에게 있어 필수영양제나 마찬가지입니다.
평일의 저녁과 주말이라는 시간 동안 제대로 쉬지 않으면, 슬럼프와 번아웃이 와서 자신의 본업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정말 이 정도 휴식만으로 우리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까요?
학업과 일이라는 기나긴 레이스 속에서 잠시 이탈하여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은 사치일까요?
결국 인생이라는 레이스에서, 좀 더 행복하고 잘 달리기 위해서는 자신을 탐구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서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에서는 위 질문들을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답변해 줍니다.
영주와 민준이라는 두 주축 주인공의 대화에서 그 내용이 나오는데요, 답변부터 먼저 말씀드린다면 이렇습니다.
"잠깐의 휴식이 아닌, 꽤나 긴 몇 달간의 휴식이 있어야 자신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은 절대로 사치가 아니다. 자신을 탐구해야 하는 시간은 있어야 한다"
저도 그렇습니다.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면서, 저는 꽤나 긴 시간을 허비했고 중간에 일을 하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백수처럼 놀면서 여러 문학과 오락을 즐긴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제가 뭘 좋아하는지 서서히 깨달을 수 있었고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조금 긴 휴식을 취하고 싶은 이들에게 한 번쯤 읽어보셨을 법한 소설로 추천드립니다.
줄거리는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휴남동서점에서 일어나는 여러 인물들의 일상 이야기.
중요한 것은 스토리가 아니라 인물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먼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휴남동 서점의 사장인 영주는 번아웃으로 인해 회사를 퇴사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용감하게 서점을 차린 인물입니다.
서점에 북토크나 작가 초빙 강연과 같은 여러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인물인데, 작가님의 생각과 감정을 가장 많이 녹여낸 인물이 아닌가 싶더군요.
작가님도 회사생활을 하셨던 적이 있기에, 그때 느낀 감정과 생각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따스한 말들을 영주라는 인물을 통해서 대신 전달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민준은 휴남동 서점에서 바리스타를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입니다.
학창 시절부터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던 민준은 대학에 들어와서도 아르바이트와 공부로만 범벅된 학창 시절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좋은 스펙과 학점을 갖고 호기롭게 취업시장에 뛰어듭니다.
하지만, 2년을 넘어서까지 취업도 하지 못하고 최종면접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시면서 민준은 망연자실하게 됩니다. 자포자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휴식을 취하고 싶었던 민준은 계좌의 잔액이 떨어질 때까지 백수생활을 하면서 휴식을 맛보게 되고, 그러다 휴남동 서점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합류하게 됩니다.
정서는 휴남동 서점의 단골손님입니다.
서점에 들러서 뜨개질을 하면서 명상을 하는 그녀는 자신만의 휴식법을 서점에서 찾게 됩니다.
약간 어수룩하고, 낯가림도 심해보이는 그녀이지만 본인을 돌볼 줄 알고 휴식을 취할 줄 아는 멋진 인물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 인물들이 나오는데, 모두들 따뜻하면서도 정감 가는 인물입니다.
주축이 되는 영주와 민준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남들이 달리는 레이스를 벗어난 캐릭터들이다 보니,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보면 좋을 내용들을 많이 말합니다.
그래서, 소설은 전반적으로 따뜻하면서도 용기를 주는 듯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민준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어떤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결국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을
제가 이전에 글쓰기는 외로움이라고 적은 글¹이 있습니다.
글쓰기는 철저히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고 적었었는데요, 꼭 글쓰기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든 관심을 가지면 자신으로 돌아오게 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관심을 가진다는 행위는, 관찰을 하는 행위이며 그 관찰은 "나"로부터 출발하고, 다시 "나"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소설 속 민준은 백수 시절에 시간을 펑펑 쓰는 사치를 통해 자신만의 기호와 취향을 알아가게 됩니다.
직장인은 평일에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힘들지만, 민준은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한 생각만 하루종일 할 정도로 시간을 펑펑 씁니다. 그러면서, 본인의 기호와 취향을 알게 되는데요.
내가 뭘 더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게 되는 과정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그렇게 나를 알아가게 되는 과정이야말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학습과정이 아닐까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아는 것은, 행복이라는 길을 걷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지식이니까요.
민준은 자기가 뭘 좋아하는 줄 알려면 우선 마음을 탐구할 시간 여유가 있어야 하는 거였다고 성철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차원 높고, 깊고, 미묘한 영화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집중력 또한 정신적 여유에서 나오는 거였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저도 일을 하면서 주말에 영화를 볼 때와, 백수 시절에 봤던 영화를 볼 때 느꼈던 감정과 생각의 깊이가 달랐습니다. 매일매일이 주말인 백수시절은 금전적인 여유는 적었을지 몰라도, 정신적인 여유만큼은 누구보다 부자였습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었던 영화를 보게 되고, 끊었던 책을 다시 보게 된 것도 취업 준비를 잠깐 포기했을 때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사실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은 어찌 보면 도망친 거나 다름없다는 것을.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처럼, 다시 사회로 복귀해야 하는 현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그 시절은 분명 따뜻하고 저에게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다시 사회라는 현실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그때의 여유로 알게 된 나의 취향과 나의 꿈은 제가 현실을 살아가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높은 교육열과 치열한 경쟁의 사회는 휴식을 좋게 보지 않습니다.
경력에서 공백기가 있으면 면접에서 그에 대한 질문이 들어옵니다.
솔직하게 "그냥 힘들어서 쉬었다"라고 하면 합격과 거리가 멀어지기에, 다른 공부나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답변을 합니다.
이러한 사회의 풍토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은 죄책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남들 다 열심히 달리는데 이래도 되는 걸까? 이러다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모두가 토끼처럼 뛰면서, 쉬지도 않는 이 세상에서 나는 쉬어도 되는 걸까?
이러다, 나는 거북이가 되면 어떡하지?
하지만, 휴식을 취해본 제 입장에서 말씀드린다면, 그냥 뛰는 것보다는 목적을 알고 뛰는 것이 더 힘차고 오래 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보다 약간 뒤처지게 되더라도, 뛰는 순간순간이 나에게 의미가 있고 행복해진다면 그 순간 레이스의 승, 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늘의 구름을 보며 뛰는 것을 즐기는 사람에게, 저만치 앞서 달려 나가고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과정 자체가 행복한 사람은 순위에도, 승패에도 연연하지 않으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리틀 포레스트 영화 리뷰>²에서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숲을 가꿔야 한다고 말했었습니다. 그 숲은 쉬어가는 공간이며 풍경을 감상하며 치유하는 공간이라고 했었습니다.
저는 그 숲 속에서, 사람이 자신만의 기호와 좋아하는 취향을 알게 되고 그렇게 자신의 꿈을 찾게 된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찾게 된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레이스가 되지 않을까요?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은 직장을 다니다가 방황하고 있는 분들이나, 퇴사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거 같습니다.
대학교를 다니며 진로고민을 하고 있는 3~4학년 고학년 학생분들도 좋겠네요.
아니,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휴식과 용기를 필요로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다들 읽어보면 좋을 법한 소설입니다.
꿈은 분명, 사람이 삶을 살아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의미이자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꿈을 위해 용기가 필요하다면, 따뜻한 이야기와 대화로 가득 찬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본문에서 언급했던 내용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