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1시 예약으로 주치의에게 다녀오는 발걸음.
깊은숨이 저절로 내어지면서,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의사 선생님이 나를 안아주었다.
" 우리 같이 해냈어요! 혼자보단 둘이 낫지요? 내가 말했잖아요! 반드시 해낼 거라고! 너무도 축하합니다! "
그동안 있던 자리는 너무도 불합리하고 모두가 서로 헐뜯는 분위기의 모든 온갖 차별의 풀세트를 하고 있는터라,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10톤짜리 짐을 얹고 있는 나는, 건강이 급속도로 많이 안 좋아졌었다.
나는 10월 1일부터는 새로운 학교에 출근한다.
내가 이곳에서 사는 한, 가고 싶었던 곳이고, 어찌 보면 이젠 웬만하면 어지간한 일로 놀라지도 않아서, 편안하게, 마음을 내려놓고 가는 첫 근무지이도 하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에게 위장약 등을 받아오면서,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낮 12시 40분.
곧 엄청난 우박이 쏟아질 거 같은 하늘.
그러나 나는 미소를 머금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이들 개학하고 나면 오전에 모처럼 쉴 수 있겠다.
의사 선생님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은 그리 흔한 케이스가 절대 아니라며, 아이들 없는 시간에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어 보라는 숙제를 내어주셨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해도 필요한 휴식이다.
남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혼자 어디 갈래?라고 물어본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오전에 혼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라고 했더니, 생각해 보라고 한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위로가 되었다.
마지막이 언제인지 이젠 기억도 안 나지만,
미소로 월요일을 시작하였다.
거센 바람과 몰아치는 빗방울이 그동안의 울퉁불퉁했던 커다란 세모의 짐을 서서히 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