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식물을 사랑하는 살식마는 슬프다
이 그림일기를 그린 후 두 식물이 초록별로 떠났다.
다육이는 습기에 취약한데 비가 많이 오던 며칠 동안 창가 가까이에 두었던 것이 문제였다.
공기 중에 습기를 가득 머금어서 물컹해져 버린 것이다. 다육이는 물컹해지면 답이 없다.
바쁜 와중에 잠깐 못 돌봤던 그 틈을 타서 생긴 일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빤질하던 녀석이 물컹해진 걸 처음 발견했을 때는 너무 놀랐다.
1년 동안 함께했고 한 달전까지만 해도 이전보다 성장한 것을 느끼며 기뻐했기 때문이다.
그 화분을 치우지도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대상이 무엇이든 마음을 주는 건 무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