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천사, 주상절리대, 중문, 예래생태공원
오늘 날씨 예측이 틀렸다. 제주도 날씨는 변덕이 심해 쉽게 장담할 수 없다. 햇빛은 없고 구름이 많아 반바지와 반팔을 입고 나왔더니 쌀쌀하다. 다시 숙소에 가서 옷을 켜 입고 나왔다.
8코스 조금 지나서 약천사가 있다. 약천사는 보는 순간 규모와 화려함에 압도된다. 거대한 3층 구조의 대웅전과 찬란한 단청에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대웅전 앞에는 마치 종로의 종각처럼 화려하게 꾸민 커다란 이층 종각이 좌우측에 있다. 좌측에는 범종이, 우측에는 법고가 있다.
서귀포에 이렇게 큰 절이 있는 줄 몰랐다. 서귀포 중문에 볼거리가 많으니, 이 정도 절은 명함도 못 내미는 듯하다. 대웅전 불상은 화려한 금빛이다. 대웅전 내부도 온통 금빛으로 꾸며 있다.
젊은 스님이 종각에서 거대한 법고를 친다. 양팔을 크게 벌려서 치고, 다시 두 팔을 좁히며 속도를 낸다. 중심부에서 치다가 왼편으로 옮기고 또 북 테두리를 빨리 친다.
둥둥둥 동두루루 둥둥 둥덩 둥 덩 탁탁.
북 치기가 끝나자 좌측의 종루에서 범종이 울린다.
댕데에에에에앵. 범종은 십여 분 울렸다. 종소리는 긴 여운을 남기며 온몸을 휘감고 내면으로 파고든다.
종소리를 들으면 기도와 참회의 감정이 겹친다.
올레코스는 주상 절리대 옆으로 지나가지만, 표를 끊고 내부로 들어왔다.
서귀포 중문 관광지는 어디나 잘 꾸며 놓았다. 잘 다듬은 산책길, 야자수 및 소나무 조경, 관광객의 밝은 표정과 어울려 경쾌한 분위기를 풍긴다. 주상절리는 해안절벽의 현무암 암벽이 오각형 형태로 길게 이어진 해안 암벽이다.
거대한 바닷속 용왕 궁전 기둥이 위용을 드러내는 듯 절벽 바위는 인공 기둥처럼 잘 깎여 있다. 하나의 바위를 거대한 톱으로 절단 내어 한치의 틈도 없이 붙인 듯 아주 정교하다.
자연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곳이다.
삼천봉 오름 정상에는 건강한 소나무가 있다. 소나무 밑에 앉아 강건한 소나무의 기운을 받는다.
벌써 십여 개 오름에 올랐는데 오름마다 독특한 개성이 있다. 소나무가 우거진 곳, 열대림이 많은 곳, 키 작은 나무가 있는 곳, 잔디가 넓게 퍼져 있는 곳, 분화구가 있고 없는 곳 등 다양하다.
천제연을 지나서 아래를 보면 열대림과 온대림이 빽빽한 밀림이 보인다. 길옆 작은 수로는 백 년 전 천제연 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물과 불을 이용한 공법으로 암반을 뚫어 만들었다. 당시에는 최첨단 기술이었다.
마린지역에는 제트 보트 세대가 관광객 십여 명을 태우고 출발한다.
비바제트를 타면 주상절리를 바로 밑에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해서 포기했다.
퍼시픽랜드 더클리프 리조트 넓은 돌마당에서는 멀리 하얏트 호텔과 넓은 백사장이 보이고 파도에 몸을 실은 서퍼도 희미하게 보인다.
중문에 도착했다. 가로수 사이로 보는 골프장 잔디가 푸르다. 골퍼도 몇 명 보인다.
한동안 하지 못한 골프에 대한 갈망이 인다.
중문은 한국 고급 휴양지다운 면모가 있다. 수십 년 자란 가로수, 중후하고 세련된 고급 호텔, 관광객을 유인하는 개성 있는 박물관 등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아름답게 잘 가꾼 정원이 조화를 이룬다.
4차선 도로 옆을 지루하게 걷다가 작은 길로 들어선다. 작은 개울이 돌에 부딪치며 그르렁그르렁 소리 내며 흐른다. 길은 개울 따라 한참 내려오고 옆에는 잡목과 잡풀이 넓게 퍼져 있는 야생의 길이다.
한참을 걷고 나서야 이곳이 예래생태공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작은 저수지를 지나 개울은 계속이어 진다. 시작점에서 폭이 일 미터도 되지 않던 개울이 삼사 미터로 넓어지고 작은 폭포가 되어 떨어지며 계속 흐른다.
개울 따라 반시간 넘게 왔는데 아직 계속된다. 주변에는 미나리, 히아신스 꽃, 수국, 물풀이 많다.
개울 따라 야생의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은 최고의 지역이다.
어릴 때 개울에서 놀던 향수에 흠뻑 젖을 수 있었다.
다시 해안이다. 바닷물이 따뜻한 있는 논짓물 마을을 지난다. 이곳에는 족욕 카페가 있다.
올레길 지나며 다양한 야생화를 많이 보았다.
꽃은 눈에 띄게 화려하다. 볼 때마다 설렌다.
그래서 자연의 여행길은 설렘의 연속이나 보다.
식물이 종족 번식을 위하여 역량을 모두 동원하여 만든 최고의 작품이 꽃이다.
그 유혹에 벌과 나비와 새가 홀딱 넘어가는데 나라고 별수 있겠는가?
논짓물 지나 해안가에 아주 작은 규모의 주상절리대가 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자연 상태 그대로지만 훌륭한 주상절리대이다.
직접 주상 절리대 위로 올라가 보니 구조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주상절리대는 겉면이 파도에 깎여 만들어지지 않았고 다양하게 생긴 오각형 형태의 빽빽한 바위기둥이 하늘에서 아래로 기둥처럼 박힌 듯하다.
드디어 8코스 종점인 대평 포구이다. 지중해풍으로 멋지게 건축한 이태리식당 피자리아 3657에 들어왔다.
8코스는 다소 길지만, 지루하지 않은 최고의 코스 중 하나다. 좋아하는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스파게티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