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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현 Oct 20. 2023

112:1의 경쟁률을 뚫다

비록 국토 종주는 실패했지만, 

그 실패를 통해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하겠다는 열망은 강해졌다.


이제는 도전을 구체화할 때였다.

본격적으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미 미국 횡단을 하셨던 분이 쓴 후기를 읽기도 하고, 미국 지도를 보며 자세하게 코스를 짜보기도 했다.


하지만 정보를 찾을수록 점점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당장 자전거도 사야 했고, 비행기 티켓도 없었다.


비행기 티켓은 3개월 전 쯤 미리 예약하는 것이 저렴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복학 시기를 맞춰야하는 상황이라 늦어도 당장 다음 달에는 떠나야 했다.

급하게 예약을 하다보니 역시 저렴한 티켓을 구할 수는 없었다. 가장 저렴한 티켓이 200만원 정도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러 번 새로 고침을 해봤지만, 야속하게도 비행기 가격은 점점 오르기만 했다.

좌절하던 중, 한 인터넷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음.. 도전 공모전..?"


[K2 어썸도어 도전 공모전]

멋진 꿈은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그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도전가들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공모전에 대해 더 자세히 찾아보기 시작했다. 각자 가진 도전으로 경쟁을 해서 최종 선발이 되면 최대 1,500만원을 지원해준다고 했다. 게다가 K2 제품까지 지원해준다고 하니, 당장 아웃도어 장비들을 구해야 하는 나에겐 최고의 기회였다.


국토 종주가 첫 번째 용기를 주었다면, 프로그램 공고는 나에게 두 번째 용기를 주었다.

조건이 좋은 만큼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했지만,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한다는 미친 계획이라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자기소개서에는 내가 그동안 해왔던 도전들을 적었다.

그리고 글의 말미에는 가장 최근에 했던 "실패"인 국토종주 이야기도 썼다.

대단한 성취를 해온 쟁쟁한 경쟁자들이 지원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용기 있게 실패를 다루기로 했다.

    

물론 심사위원들이 ‘국토 종주도 실패했는데 어떻게 미국 횡단을 하겠어?’라고 의심하실 수 있겠지만,

모두가 성공을 자랑할 때 눈에 띄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었다.   


다행히 전략이 잘 통했는지 1차 관문을 넘었다.

다음은 면접이었다.


면접 때도 내 전략은 "차별화"였다.

남들은 모두 정장을 입고 왔지만, 나는 사막마라톤 대회에 입었던 반팔, 반바지를 택했다.

당당하게 면접실에 들어갔을 때, 6분의 심사위원 분은 모두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셨다.


그로부터 약 2주일 뒤, 최종 결과가 담긴 메세지를 받았다.

"2023 K2 어썸도어 최종 합격자로 선발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메세지를 받고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믿기지 않아서 메세지를 여러 차례 다시 읽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있다.

간절한 마음으로 도전을 준비하다 보니 어쩌다 정말 미국에 가게 되었다.


도전 공모전 선발을 통해 내가 가진 무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가장 나 다운 모습"이었다.


내가 다른 지원자들처럼 정갈한 옷을 입고, 내가 해온 성공 만을 이야기했다면 최종 합격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실패를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기도 했지만 솔직한 내 모습을 드러내고 나니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지원금을 받은 뒤에는 준비물을 구입했다. 항공 티켓이나 자전거, 기타 장비들을 챙겼다. 비자와 같이 필요한 서류들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오프라인 지도도 구입했다.


정신없이 준비를 하는 와중에도 철저한 체력 관리도 빼놓지 않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자전거를 탔고, 무거운 자전거를 끌어야했기에 체중을 줄이기도 했다.     


드디어 출국 당일.

사랑하는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가는 순간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5,200km라는 거리도, 내가 미국에 간다는 것도.       

오히려 불안한 마음이 생긱기도 했다. 수술을 했던 무릎이 아프거나, 사막에서 물이 떨어지는 상상을 하니 끔찍했다.


일단 너무 많은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기왕 하게 됐으니, 가장 "나 다운 모습"으로 도전에 임해보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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