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동현 Oct 22. 2023

두 바퀴로 느끼는 캘리포니아

(도전 D-Day) 125km/ 누적 거리: 125km

드디어 시작된 도전.

시차 적응이나 자전거 부품 누락 등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지만, 나를 도와준 고마운 친구 덕분에 기분 좋게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첫날인 만큼, 최대한 일찍 일어나 길을 나서기로 했다.

새벽 4시쯤 일어나 식빵과 달걀을 먹었다. 긴장을 한 탓인지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Keith,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부품을 구해준 것도, 나를 먹여준 것도. 다음에 또 봐!!"

나를 배웅한다며 일찍 일어난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어젯밤 아쉬운 마음에 편지도 남겼지만, 그간의 고마움 때문인지 섭섭한 마음이 영 가지지 않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페달을 밟았다.

대장정의 첫걸음을 축하해주기라도 하듯,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매우 맑았다.


게다가 캘리포니아는 자전거를 타기에도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자전거 도로 표시가 잘 되어 있어서 안전했고, 뉴스에서 봤던 마약 중독자들도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며 응원을 보내줬고, 길을 걷던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기도 했다.


무릎이 조금 아프고,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클릿 슈즈가 신경 쓰였지만 꿈꿔온 일을 실천하는 이 순간이 행복했다.


2시간 정도 달렸을까.

캘리포니아 도심부를 벗어나자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함께 건물도 덩달아서 사라졌다. Keith가 조심하라고 당부했던 사막 지형이 시작된 것이다.


더운 날씨는 차치하고 좁은 도로에는 갓길조차 없었다. 가끔씩 차가 빠른 속도로 내 옆을 스쳐갈 때면 심장이 요동치며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운전은 계속되었다.


그래도 별 탈 없이 목표량을 채웠다. 중간중간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워가며 125km를 달렸다. 

오후 3시 정도에 목표했던 캠핑장에 도착했다. 더 갈 수도 있었지만, 해가 지기 전에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미리 봐둔 캠핑장에 들어섰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철조망으로 둘러 쌓인 캠핑장은 입구가 없었다.

알고 보니 미리 예약을 하고 비밀번호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뒤늦게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지만 이미 모든 자리가 매진되어서 예약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주유소도 거의 없는 사막에서 숙소를 찾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근처 다른 숙소를 찾아봤지만 다음 숙소는 족히 70km가 넘게 떨어져 있었다. 철조망을 바라보며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잘 곳이 없다고 생각하니 무릎이 더 쑤셔오는 듯했다.


그때, 캠핑장에 있던 Lisa 아주머니를 만났다. 어머니와 아들, 손자를 데리고 캠핑을 온 그녀에게 혹시 캠핑 사이트에 일부를 내어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1인용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면 예약금의 절반을 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혹시 땀에 흠뻑 젖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할까봐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기도 했다.


예상과 다르게  Lisa는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돈도 받지 않고 본인 구역의 일부를 내어주었다.


무료로 공간을 내어준 것도 모자라 음료수를 잔뜩 가져다주는 그녀.

역시 세상에는 참 좋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미국에 오기 전, 미국은 총과 약이 있는  위험한 곳인 줄만 알았는데, 실상은 다소 달랐다.


도전가 오현호 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도전의 가장 큰 적은 해보지 않은 자들의 조언이다.” 


이제껏 했던 걱정들이 기대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전 05화 사라진 부품, 출발할 수 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