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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현 Oct 20. 2023

용기와 객기 사이에 서다

미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지만, 너무 막연했다.

어디서부터 준비를 시작해야할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일단 지도를 열었다.


"출발지.. 캘리포니아.. 도착지.. 뉴욕..?"

경로를 찾아보니 캘리포니아에서 뉴욕까지는 약 5,200km였다.


가늠조차 되지 않는 엄청난 숫자에 압도당했다.

굳이 계산을 해보니, 서울에서 부산을 5번 넘게 왕복해야 하는 거리였다.


문제는 비단 거리만이 아니었다.

그리 뛰어나지 않은 영어 실력도 문제였고, 미국에 대해 지식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걱정이었다.


다행히 어릴 때 잠깐 미국에 다녀온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생김새부터 문화까지 모두 다른 미국인들 사이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았었다.

문밖을 나서는 것이 두려워서 함께 갔던 사촌 동생과 집에서만 놀았던 일도 기억이 났다.


미국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수록 마음 한켠에 두려움이 싹트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컴퓨터를 켜고 “미국 자전거 횡단”을 검색했다.


하지만 처음 나온 기사는 절망감을 더해주었다.

“자전거로 미국 횡단하던 20대 한국 청년, 교통사고로 사망”


자전거로 미국 횡단을 하던 전 씨가 고속도로에서 차에 치여서 숨졌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나이도 나와 같았기에 두려움은 커져갔다.


컴퓨터를 끄고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무작정 경험하기에는 너무 위험했고, 경험해보지 않고 포기하기에는 평생의 후회로 남을 것이 분명했다.


고민이 깊어져 가는 밤. 용기와 객기를 구분짓다 지쳐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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