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카네기는 이런 말을 했다.
"저는 명확하고 확고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 걱정의 50퍼센트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40퍼센트는 결정을 실천에 옮길 때 사라지더군요."
즉, 결정을 내리고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걱정의 90%는 사라진다는 것이다.
동갑내기 친구의 사망 소식을 듣고 혼란을 겪던 중, 이 글은 나에게 큰 용기가 되어 주었다.
일단 실천해보기로 결심했다.
당장 미국에 갈 수는 없으니, 서울에서 부산까지 국토 종주를 해보기로 했다.
여분의 속옷과 에너지 바 등 생각나는 것들을 급하게 챙기고 곧바로 길을 나섰다.
구석에 방치해 두었던 자전거를 꺼냈다.
먼지가 수북이 쌓인 자전거는 과연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체인은 잔뜩 녹슬어 있었고, 자전거를 탈 때 가장 중요한 변속 기능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자전거에 올랐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수술했던 무릎이 아팠고, 운동을 게을리해 온 탓인지 허벅지 앞쪽에 통증도 느껴졌다.
설상가상으로 날씨마저 최악이었다.
미세먼지 단계가 "매우 나쁨"이었는데, 거리 위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달린 지 10분도 되지 않아 목 깊은 곳에서 기분 나쁜 칼칼함이 느껴졌다.
사람은 하고 싶은 일에는 방법을 찾고, 하기 싫은 일에는 핑계를 찾는다고 했던가.
그 날따라 수많은 핑곗거리가 떠올랐다.
하지만, 만약 국토 종주에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미국으로 향할 용기는 더욱 나지 않을 것 같았다.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애써 참아가며 먼지가 자욱한 공기 속을 나아갔다.
자전거에 오른 지 이틀째 되던 날, 결국 도전을 포기하게 되었다.
부산 도착을 목표로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대구에서 도전을 멈춰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도전을 실패했음에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비록 부산까지 가겠다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길 위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 덕분이었다.
갈 곳 없던 나에게 침대를 내어주신 아버님과 젊음을 응원한다며 얼굴만 한 사과를 건네주신 어머님은 나에게 용기를 주셨다.
고장난 자전거를 가지고 길을 나서보니 카네기가 했던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최악의 날씨, 고장난 자전거, 부상 등 여러 핑계가 있었지만, 일단 떠나고 나니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은 사라졌다. 그리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덕분에 최악의 3박자를 극복하고 귀인을 만날 수 있었다.
잘 알지 못하는 미국이었지만, 일단 도전을 시작하고 나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용기가 생겼다.
인터넷을 켜고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