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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의 하지불안 증후군을 이겨낸 방법

드디어 수면장애를 벗어났습니다.

by 희원다움

저는 앉아있는 것을 선호하지 않지만 앉는 자세도 좋지 않아 집에서도 서서 돌아다니는 편입니다. 게다가 26살부터 승무원, 간호사라는 직업에 종사하다 보니 일하는 시간에도 좀처럼 앉을 틈이 없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숨쉬기 외에 운동이라곤 해본 적 없는 탓에 삐쩍 마른 다리는 하지정맥류까지 생겨, 퇴근하면 코끼리처럼 퉁퉁 부어있기 일쑤였습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하지불안증후군을 앓으면서 단 하루도 잠을 깊게 잔적이 없었습니다. 아니, 잘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면 이 증상은 다음과 같이 정의되거든요.


주로 잠들기 전에 다리에 불편한 감각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다리를 움직이게 되면서 수면에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만 21~69세의 성인남녀 5천 명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 5.4% 가 이 증후군을 갖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주로 낮보다 밤에 잘 발생하고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심해지고 움직이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특징이다.




제가 겪는 정확한 증상은 잠자리에 누워 불을 끄고 잠이 들만하면 다리에 애벌레가 꿈틀 꿈들 기어가는 불쾌한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애벌레가 기어 올라가는 동작을 막기 위해 저절로 다리를 움직이고 늘 대기 중인 마사지 기계로 애벌레가 죽을 때까지 해당 부위에 진동을 가합니다.



비몽사몽 20~30분간 진동과 압력을 주다 보면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면서 다음날 출근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심한 날은 다리에 있던 벌레가 괘씸하게 손바닥까지 올라와, 이불에서 일어나 손을 땅바닥에 꾹꾹 눌러야 없어지기도 합니다.



남들이 잠든 어두운 밤을 나 홀로 애벌레와 싸우다 보면 새벽동이 틀무렵 맞춰놓은 알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제발.. 알람 소리가 꿈이길...
오늘도 망했다...




이렇게 잠 못 자는 밤이 계속되면서 가뜩이나 예민한 성격에 까칠함이 더해지고, 짧은 출퇴근길 저도 모르게 졸음운전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 증상의 의학적 치료는 결국 약입니다. 항경련제나 일부 마약성 진통제 또는 수면장애에 처방되는 약이 사용되고, 이 약을 먹으면 상당한 호전을 보인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환자들에게 약 먹는 방법을 교육하는 간호사지만, 저는 단 한 번도 약을 처방받지 않았습니다.


효과가 빠른만큼 약물의 의존성이 커지는걸 잘 알기에 10년을 넘게 반복되는 어둠의 불안을 고스란히 안고 살았습니다. 오히려 불안한 감정에 내성이 생겨 어둠이 무서운 것도, 낮에 피로한 것도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늘 피곤하고 매가리 없었던 지난 세월의 흔적을 지우고 마흔이 되기 전, '알고 보니 춤꾼이었다'라는 반전 매력을 갖고 싶었습니다. 근무하는 부대에 줌바 수업이 있다는 걸 알고 호기심에 수업을 등록했습니다. 첫 수업을 마친 그날 밤, 소름 돋는 경험을 했습니다. 드디어 애벌레를 만나지 않게 되었거든요.

줌바다!


콜롬비아에서 창시된 줌바댄스는 라틴댄스와 에어로빅이 결합된 유산소, 근력 운동으로 전신을 격렬하게 사용하는 운동입니다.


운동에는 취미가 없던, 클럽 댄스 음악에도 꿈쩍 않던 제 심박수를 190까지 끌어올린 미친 행위이자, 건강한 땀과 숙면까지 제공하는 만병통치약이었습니다.




한번 빠지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탓에 드디어 건강한 취미를 갖게 되었지만 코로나로 줌바 수업이 중단되자 다시 운동을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꾸준히 했던 줌바 영향으로 숙면의 나날이 이어지더니 결국, 애벌레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OMG
운동만큼 정직한 게 없구나...



다시 홈트 줌바를 시작했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더니 이미 숙면의 달콤함을 느꼈던 저로서 그 사탕을 먹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겠어요?



정직한 운동의 결과는 하루 만에 엄청난 효과를 보여줬습니다. 딱 1번, 대기 중인 마사지 총을 사용하니 애벌레가 사망해버렸거든요. 오늘도 줌바는 계속됩니다!


저랑 같이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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