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말을 걸고 싶지 않았다. 딱히 나눌 말도 없는데, 애써 마음에도 없는 인사를 건네며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발걸음을 조금 더 재촉했다. 못 본 척,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런 순간은, 내 일상에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문득 든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마음에 없는 말을 못할까?’
‘이렇게까지 인간관계에 애쓰지 않으려는 나는, 어쩌면 사회부적응자인가?’
그런데, 솔직히 이 모습을 억지로 바꾸고 싶진 않다. 나는 인간관계가 참...좁다. 생일을 챙기는 친구는 손에 꼽고,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구는 없다. 그렇다고 외로움에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약속을 만들고 싶지도 않다.
'그냥, 그런 사람인가 보다', 하고 산다.
코칭을 받던 어느 날, 코치님이 내 말버릇을 짚어주셨다. “희원님은 ‘그냥’이라는 말을 굉장히 자주 하시네요.” 그 말을 듣고 문득 나에게 ‘그냥’은 어떤 의미일까 곱씹어보았다.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일까? 아니면 열정도 의지도 없는 무기력한 마음일까?
하지만 나에게 ‘그냥’은 단순하지 않았다. 포기 같지만 포기가 아니고, 체념 같지만 체념도 아니다. 오히려 ‘그냥’이라는 말 속에는 어떻게든 오늘 하루를 그냥저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서, 붙잡아보는 나름의 다짐이 있었다.
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내려놓는다. 그 안에서 내가 의미를 두고, 감당할 수 있는 것만 내 방식대로 해낸다. 그게 나에게 ‘그냥’이다. 어쩌면 그 ‘그냥’이라는 열심히 살고 싶은 마음과, 소진되지 않고 싶다는 바람 사이에서 내가 택한 삶의 태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오늘도 그냥 걷고, 그냥 애쓰고, 그냥 살아간다. 그냥이라는 말 속에, 의외로 많은 선택과 기준과 진심이 들어 있다는 걸, 나 자신은 알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