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넓은 예방접종실 간호사의 궁금증
우리나라의 많은 남자 간호사가 소방공무원을 꿈꾼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다 간호학과로 편입한 남자분들은 병원 임상보다는 소방공무원이나 보건교사 같은 다른 진로를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나는 현재 미군부대 예방접종실에서 일하며 부대 안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미군과 그 가족들, 퇴역 군인, 미국인 군무원, 그리고 나 같은 한국인 근로자들까지. 부대에 채용된 모든 사람은 반드시 예방접종을 맞아야 하기에, 부대 내 거의 모든 직업군을 접하는 특별한 기회를 누리고 있다.
특히 요즘 예방접종실에 미군부대 소방관분들이 자주 오신다. 안 그래도 다른 사람들 진로에 호기심이 많은 편인데, 자주 마주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혹시 남자 간호사 분들에게도 추천할만한 직무인가 궁금해 평소 채용에 관해 궁금했던 것 위주로 물었다.
가장 궁금했던 영어면접
의료인보다 미국사람들과 직접 대화할 일은 적은 것 같다. 요구되는 토익점수는 250점 이상만 맞으면 된다. 하지만 면접은 영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영어를 알아듣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영어 면접은 보통 6문제 정도인데 장단점이나 지원 동기, 그리고 무엇보다 '팀워크'를 중요하게 묻는다고 한다. 유창한 영어 실력보다는 동료와 소통하며 현장에서 발을 맞출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인 듯했다.
체력 테스트
(바쁜 현장에서 후다닥 묻고 대답을 들은 것이라, 아래의 숫자들은 대략 이렇다 정도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 2분 안에 팔 굽혀 펴기 20개와 윗몸일으키기 35개를 해내야 하고, 무거운 물건을 들고 달리는 실전 테스트도 거쳐야 한다.
접종 후에 매번 "오늘 운동해도 되나요?"라고 묻던 이유를 이제야 실감했다. 그들에게 운동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였던 것이다.
근무일정
근무는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방식이다(이틀 일하고 이틀 쉬는 방향도 논의 중이라고 함) 한 달에 약 240시간을 근무한다. 파라메딕(응급구조사)과 함께 소방서에 상주하고 있으며 함께 나가는 출동이 생각보다 잦다고 한다.
출동이 없을 때는 교육을 듣거나 운동을 하며 다음 상황을 대비한다. 미군부대 내 소방업무라 출동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상상하는 것보다 출동도 많고 업무도 많다고 했다.
진급과 현실적인 만족도
입사하면 보통 KWB 4~6급에서 시작해 소방차 운전, Chief Crew(팀장급)를 거쳐 그 위로도 몇 단계 승진의 기회가 있다. 20대~30대 신규 소방관 분들께 전공이 뭐냐고 물었더니 경영학과 같이 소방과 전혀 연관 없는 학과도 많았다.
나는 우선 들어와서 전공 관련 부서로 옮기려나보다 싶어 "관련 부서로 옮기실 거죠?"라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오, 그럼 업무가 만족스러우신가 보네요?"라고 묻자 "만족한다"라고 답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새로운 길을 고민하는 직장인에게 작은 힌트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