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스마트 카드가 없어졌다....
월요일 아침, 평소보다 15분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일주일의 시작을 기분 좋게 열고 싶어 전날 밤부터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고, 알람 소리에 맞춰 번쩍 눈을 뜬 보람이 있었다. 차문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차가운 새벽 공기와 함께 하늘에선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얗게 변해가는 풍경을 보며, 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까지만 해도 오늘 하루는 완벽할 것만 같았다.
기분 좋게 컴퓨터 세팅을 하려 습관적으로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런데 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CAC 카드(컴퓨터를 켤 때 필수)가 없었다.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 업무의 시작이자 끝인 카드가 사라진 것이다. 이 카드가 없으면 나는 오늘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차에 떨어뜨렸나?"
다시 주차장으로 뛰었다. 왕복 12분 거리. 눈이 내려 미끄러운 길 위를 마음만 급해져서 허겁지겁 달렸다. 차 문을 열고 시트 밑바닥과 좁은 틈새까지 손을 집어넣어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바닥 매트까지 다 들어내 보았지만 카드는 보이지 않았다. 망연자실한 채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가방 내용물을 전부 쏟아내고 뒤졌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의도했던 '15분의 여유'는 이미 절망으로 변해 있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다시 주차장으로 향했다. 새벽 눈이 내려 미끄럽고 질척이는 길 위를 터덜터덜 걸었다. 아까 뛰어갔던 길을 되짚어보는 내 모습이 처량하기 짝이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눈길을 지나가던 차 한 대가 내 곁에서 속도를 줄이더니 멈춰 섰다. 창문이 내려가고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평소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나누던 환자분이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인사를 드렸던 분이다.
"선생님, 혹시 뭐 잃어버리셨어요?"
그 목소리는 구원과도 같았다.
"네, 카드를 잃어버려서요..."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그분이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아까 어떤 분이 바닥에서 뭘 주워 가시더라고요. 아마 프런트 데스크에 맡기셨을 거예요."
그 짧은 한마디에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연신 남기고 인포메이션 데스크로 전력 질주했다.
"눈길에 미끄러져요! 뛰지 마세요!"
걱정하며 지나가는 이의 목소리도 뒤로한 채 데스크에 도착해 숨을 고르며 군인에게 물었다.
"혹시 카드 들어온 거 없니?"
거짓말처럼 내 사진이 박힌 카드가 눈앞에 나타났다.
사무실에 돌아와 앉자 약 30분 전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만약 내가 평소 그분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분이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면, 혹은 내가 낯선 사람이라 말을 걸기 주저했다면 나는 아마 지금도 눈을 맞으며 주차장을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직장인에게 실력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정작 위기의 순간에 나를 구원하는 건 내 지식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게 건넨 짧은 인사 한마디가, 오늘 아침 나에게는 무엇보다 강력한 도움으로 돌아왔다.
세상은 결코 혼자 사는 게 아니다. 눈 내리는 월요일 아침, 나는 분실했던 카드와 함께 그 소중한 마음가짐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