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마다 퇴사하던 내가, 10년 차 간호사가 된 이유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by 희원다움

초등학교 시절, 유독 동경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를 다시 만난 건 성인이 되어 처음 탄 비행기였다.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능숙하게 승객을 응대하는 친구를 본 순간,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뛰었다.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한다는 건 이런 기분일까?'싶을 만큼 설렜다.


영어 한마디 못 했지만 기어이 외항사 승무원이 되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의 유효기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익숙해진 업무만큼이나 매너리즘도 빠르게 찾아왔고, 밤낮이 바뀌는 생활에 체력은 바닥났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도, 상황도 변하기 마련이다. 단순히 '좋아하는 일'을 좇는 것만으로는 커리어를 오래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때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 후 간호사가 되어 지금까지 11년을 일했고, 미군 부대에서만 벌써 10년째 근무 중이다. 이직과 퇴사를 반복하던 내가 어떻게 한 곳에서 10년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돌아보니 나를 지탱한 건 뜨거운 열정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찾아낸 ‘세 가지 기준’이 내 커리어의 단단한 지탱점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첫째, 내 안의 '동력'이다. 나는 복잡하게 얽힌 상황을 단순하게 구조화할 때 에너지가 오른다. 예방접종실에는 가끔 접종 기록이 엉망이거나 스케줄이 꼬여버린 아이들이 찾아온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복잡한 상황이지만,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내 안의 엔진이 강하게 작동된다.

둘째 그 일이 '견딜만한 가치'가 있는가이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 중요한 건 힘듦의 유무가 아니라 그 고통이 나에게 주는 가치다. 단순히 나를 갉아먹고 소모시키는 피로감만 주는 일인지, 아니면 나를 숙련시키고 성장시키는 과정으로써 견딜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구분해야 한다.


꼬여있는 환자의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희열은 그 모든 수고로움을 충분히 상쇄한다. 나에게 지금 하는 일은 그 힘듦을 기꺼이 감당할 가치가 있는 일이다.


셋째는 '기여감'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단순히 재밌는 일보다 내가 '쓸모' 있다고 느낄 때 그 일을 지속할 힘을 얻는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 효능감’은 내가 환경을 통제하고 누군가에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 생겨난다. 일시적인 재미와 달리, 이러한 효능감은 휘발되지 않고 내면에 쌓인다.

문제가 해결돼 안도하는 환자들을 볼 때 소모되었던 에너지가 즉각적으로 재충전된다. 그 쾌감은 단순히 일을 버티게 하는 게 아니라, 내일 다시 출근을 해야 하는 확실한 이유가 된다.


커리어가 흔들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뜨거운 열정이 아니다. 무엇을 밀고 가고 무엇을 접어야 하는지 구분할 수 있는 나만의 ‘기준’이다.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만 쫓기보다 나를 실제로 지속하게 하는 조건이 무엇인지부터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10년의 세월이 증명해 준 나의 기준처럼,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을 파악하는 것이 반복되는 혼란을 끝내고 나만의 단단한 커리어를 구축하는 첫 단계다.


오늘의 실험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하나 떠올려보자. 그 일을 덩어리째 보지 말고, 가능한 잘게 쪼개본다.


각각을 수행할 때

에너지가 올라가는지

아니면 소모되는지


이것을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내 일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 내가 어디에서 에너지를 채우고 어디에서 소모되는지 아는 것, 그것이 커리어를 흔들리지 않게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