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선택할 때 중요한 점은? 내가 만나본 다수의 사람들이 말했다.
'일이 많은 건 괜찮은데 이상한 인간이랑 꼬이는 게 제일 힘들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이 소위 말하게 '빡세다'하면 몸은 힘들지만 그만큼 일처리 능력도 증가한다. 몸이 2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면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쪼개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하우라도 쌓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능력 없고 비전 없는, 숲은 못 보고 이상한 나뭇잎에 꽂혀있는 리더를 만나면 일의 속도도 더뎌지지만 제일 심각한 건 동기부여, 사기가 확 꺾여버린다는 것이다. 혹은 무례한 직장동료나 이유 없이 나를 괴롭히는 동료가 있으면 이건 동기부여차원이 아니라 조용한 퇴사를 하고 싶을 정도이다.
예전에 취업을 할 때는 내가 일할 조직을 선택할 때 기준은 회사의 미래, 네임밸류가 전부였다. '나 여기다녀' 했을 때 뽀대나보이는 곳, 남들이 알아주는 몇 초 으쓱하자고 했던 우매한 생각이었다.
좋은 회사를 선택하기 위해 회사의 성장성, 비즈니스 모델, 리더, 조직문화, 미션 등을 잘 살펴보고 나의 비전과 가치관에 부합하는지,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인지 분석해보아야 한다.
병원은? 병원은 궁극적으로 환자들을 질병으로부터 지켜야 하는 공공재적 성격을 가졌지만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비즈니스 산업이기도 하다. 환자들이 빅 5 병원에 몰림에도 불구하고 빅 5도 이익이 많지 않으며, 지방 중소병원의 도산율은 10%에 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사명감, 희생정신이 필요한 병원 종사자들의 이직률이 산업 최고 수준이란다. 아무리 우리나라 최고 병원 빅 5 중 한 곳에 들어가도 근무환경은 말할 것도 없고 업무강도를 생각하면 연봉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내가 우리나라 병원에 원서를 낼 때, '빅 5는 연봉을 주는 것의 6배로 등골을 빼먹는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들었다.
근무 환경을 바꿀 수 없는, 병원에 취업을 하려는 간호사로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팀리더와 구성원들의 단합, 커뮤니케이션, 가치관이다.
나도 소위 '태움'이라는 것을 받아본 사람으로서 누군가 나를 이유 없이 괴롭히면 답이 안 나온다. 출근하기 싫고 나를 태우는 그녀의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은 발작이 일어난다. 수간호사가, 선배가 한마음으로 끌어주고 따라가도 버틸까 말까 한 열악한 근무환경에 이 집단은 어찌 된 게 악습이 뿌리내렸는지 모르겠다.
만일 지금 내가 병원을 고른다면 가장 중요한 건 팀 리더와 동료들이다. 언제 환경이 개선될지 모르는 힘겨운 근로조건을 가졌다면, 그런 곳이 병원이라면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있는 곳에서 근무하면 좋지 않을까?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면서 다짐했던 사명감을 끌어줄 리더와 후배를 아끼고 선배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 동료 간호사! 이게 병원직원으로서, 간호사로 바라는 좋은 병원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