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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Mar 08. 2023

(병원이야기) 전화할 때 미소를 지으면 생기는 일

나는 텔레파시 보내는 중!

아침부터 쏟아진 환자들의 메시지, 전화로 심장이 조여 온다. 약속시간을 당겨달라, 약이 안 들어갔다, 왜 때문에 잔뜩 화가 나 쏘아대는 말투에 혼이 나갔다.


'정신 차리자'


심호흡을 하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진하게 내려온다.


'차근차근, 하나씩 해결하면 돼'


우선 잔잔한 배경음악을 깔고 머리에 헤드셋을 쓴다. 전화메시지를 응대할 때는 최대한 웃으면서 친절하게, 내가 미소를 머금고 말을 하면 목소리도 미소를 띤다. 화가 난 환자들과 통화할 땐 최대한 양옆으로 입을 찢어 크게 함박 미소를 지으며 인사한다. '화부터 내지 말고 찬찬히 설명해 달라'하는 텔레파시를 보내는 것이다.


'웃는 얼굴에 침 뱉는다'는 말처럼 대분분은 화를 가라앉히고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간혹 침을 뱉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뭐 어떠? 나는 잠깐 맘이 상하고 잊지만, 남한테 못되게 굴면 그 마음도 내내 찜찜할 것이다.


내가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은 잔잔히 틀어놓은 그날의 플레이리스트를 따라 중얼거리고, 옆에 있는 동료와 수다떤다. '아휴, 우린 저렇게 살지 말자.' 흉도 보면서.. 그러다 보면 서서히 잊혀져간다.


정말, 신이 인간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은 '망각'이다.


 나, 오늘 아침에 왜 기분이 안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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