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상징하는 대표 키워드는 '성실함'이다. 내입으로 말하니 밥맛없지만, 가진 게 이거밖에 없어 성실함을 특기로 개발시키며 살고 있다:) 그리고 나의 정체성인 갓생 사는 간호사 희원다움은 성실하게 루틴을 지키는 일상을 살아간다. 루틴을 지킬 수 있는 건 물론 성향이나 의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루틴을 실행하기 위해 확보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은 업무시간 중 짬짬이 나는 틈새시간+점심 1시간+퇴근 후 2~3 시간으로 하루 4~5시간 정도다. 이렇게 시간 확보가 가능한 이유는 간헐적 단식으로 생기는 점심 1시간, 불필요한 약속이나 행동을 줄여 만드는 퇴근 후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렇게 미니멀하며 절제된 삶을 사는 게 맞나?'의심한 적도 있었다. 특히 가족들이 '뭣이 중헌디?, 그렇게까지 자신을 들들 볶고 사는 게 행복하냐?' 이런 말을 할 때면 '이건 옳지 않은 건가? 그냥 고생만 하다 죽는 건가?' 하고 흔들렸던 적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 느낌을 글로 정리하며 내린 결론은 나는 이렇게 심플하게 정리된 생활 속에서 배우고 창조하는 삶을 즐기고 있으며, 이렇게 할 때 가장 큰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엔 남들이 휴가를 가면 나도 꼭 어딘가 갔다 와야 할 것 같았다. 남들이 그렇게 즐거워하는 시간을 나만 갖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렇게휴가나 여행도 의무감에 떠났고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나는그렇게유명한 명소나 꼭 먹어야 한다는 음식을 먹으러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며 낯선 환경을 즐기러 간다.
사실 나에게 의미 있는 휴식은평소보다 여유롭게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배움을 지속하고 글을 쓰거나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평소와 다른 것은 그저 좀 여유롭게 와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시간의 허용됨과 장소만 바뀔 뿐이다.
그냥 나는 이런 사람이다. 이걸 인정하니 남과 그 어떤 비교도 하지 않게 되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절제된 삶이 행복하다. 남들은 먹는 낙도 없이 하루 한 끼만 먹고 무슨 재미로 사냐고 하는데, 하루 한 끼만 먹어서 '나는 모든 음식이 맛있다.'게다가 한 끼만 먹는데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을 수 없지 않은가? 매일 질 좋은 건강식으로 챙겨 먹으니병원도 약국도 거의 가지 않는다.
공복 동안 집중해 나의 루틴을 다 끝내면 만족감과 음식에 대한 기대감으로데친 두부와 김치만 먹어도 꿀맛이다. 거기에 달콤한 과일까지 먹으면 그 어떤 비싼 레스토랑 식사도 부럽지 않다.
예전에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했었다. '만약 당신이 내일 죽는다면 무얼 하고 싶은가?' 고민했던 이유는 '남들이 보기에 재미없고 세상 지루하다고 느낄만한 삶이었으니 엄청 특별한 걸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답은 정해졌다. 내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루틴의 삶 지금 그대로, 배우고 창조하고 한 끼 맛있게 먹고 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