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대 근무를 하는 나는 오늘 출근하지 않는다. 출근하는 날도 아니면서 거울을 보며 분칠에 정성을 쏟는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점부터 우리는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됐다. 눈만 겨우 보이고 코와 입은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이다. 피부에 거뭇한 것들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하는 나는 맨 얼굴로 출근하기 민망한 중년여성이다. 나라 지침 상 병원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권고사항이지만 병원 근무시간에는 마스크 착용을 반드시 하고 있다. 출근하면 마스크로 가려져 눈만 잘 보이는 나는 유독 눈썹과 눈 화장에 신경을 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세수를 정갈하게 하고 기초화장품부터 정성스럽게 바른다. 피부톤은 더 밝아 보여야 하니까 베이스화장에 신경 쓰고 있다. 눈썹을 정성껏 그리고 살짝 펄감이 들어간 아이섀도로 반짝거리는 눈매를 만든다. 생전 하지도 않는 볼터치를 살짝 하고 과하지 않은 오렌지컬러 립스틱을 바르면 화장은 마무리된다.
옷매무새 또한 중요하다. 너무 신경 쓰지 않은 느낌의 단아한 검정 원피스를 꺼내어 입고 같은 색의 단화를 신으면 끝이다. 나처럼 옷 센스가 없는 사람은 올블랙이 제격이다. 외출 직전 셀카를 찍어 남편에게 보낸다. 이렇게 한껏 꾸민 날은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두기도 한다. 카톡 알람이 울린다.
어디가? 학교 간다면서?
담임선생님이 너무 젊어서.
그렇다. 오늘은 출근하는 날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1호의 학교에 가는 날이다. 바로 1년에 한 번뿐인 참관수업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스치면서 한 번 뵌 적이 있다. 1호의 담임 선생님은 30대 초반임이 분명하다. 맑고 주름 없는 피부와 건강한 머릿결로 비추어보아 내 예상은 적중할 것이다. 담임선생님이 너무 젊다. 많아봐야 서른 중반을 넘긴 듯하다.
남편의 카톡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아이의 학교 참관 수업을 가는 건지, 담임선생님보다 더 나이 든 것을 숨기려고 하는 건지. 뭐가 더 중요한 것일까.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다. 카톡 답장을 보낸다.
나 관리하는 여자야.
그래. 난 관리하는 여자야. 오늘이라도 관리하는 여자여야겠다. 말을 내뱉었으니 관리하는 여자여야 한다.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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