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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Feb 03. 2017

소리로겁주고 바람과파도로양쪽따귀때리는 겨울바다의 위엄

그리운 겨울바다 ㅡ제주 올레길 16코스, 고내포구,수산봉, 항몽유적지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넘실넘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방이 마치 선실 같다.

출렁이는 파도를 한참 바라보다가 아침을 먹으러 간다. 어제 아무도 없던 방에 3명의 서양인과 1명의 중국인이 밤을 함께 보냈구나. 생각하니 유럽여행 다니던 때가 생각나 설레었다. 그때는 인사밖에 못해 대화가 안됐지만 지금은 나이 먹어 자신감이 떨어져 쉽게 외국 친구들에게 나서기 힘들다.

하지만 그 설레는 분위기는 마치 처음 비포 썬라이즈 영화를 보던 때와 비슷한 감정을 소환시킨다.



아침을 먹고 짐 정리 후 간식거리를 편의점에서 챙긴 후 17번 버스를 타는데 반대로 탔다

다시 내려 7번으로 반대방향으로 타고 702번을 타고 고내리로 온다. '고내포구'로 내려오자마자 내키의 세내 배 파도들이 포구로 덮쳐온다. 멀리 언덕배기까지 파도가 넘보는 걸 보니 오늘 여간 화난 게 아닌 것 같다.

조심히 안 보이는 곳에 숨어 그 화난 모습을 지켜보다가 길을 떠난다.

'우주물'이라는 시작점을 지나 '다락쉼터'를 지나 '단애 산책로'에 접어드는 언덕배기로 올라가고 있는데 비가 내린다. 아니다. 파도가 부서져 비처럼 계속 쏟아진다. 얼음 알갱이도 섞여있어 툭툭 소리도 난다.  

올라가니 파도의 모습이 부서지는 공기의 울림이 장난 아니다.

호주 멜버른에서 12 사도 절벽에서의 감정이 또 올라온다. 여기서 자연의 위대함을 나란 인간의 보잘것없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몇 번의 짠물 따귀를 맞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으로 바닷가 길을 쉬엄쉬엄 걷는다.  

설마 여기까지 하는 높은 절벽에서도 짠물 따귀를 맞고 나면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바닷가 민물이 나오는 '중엄 새물'을 지나 땅보다 비쌌고 첫째 딸에게만 물려줬다는 '소금 빌레'를 거쳐 '구엄포구'에 도달한다.  



포구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니 바람이 잦아든다.

문자가 와서 확인해보니 중앙 안전처에서 제주 서해상 안전 관련 경보를 보냈다.

"바다에서 육지로 들어오니 가지 말라네.. 쳇!"

동네길을 지나쳐 '수산봉'을간다. 수산봉에 올라가니 그리 높지 않아 다른 풍광들은 많이 보이질 않지만 바다가 한쪽으로 보이고, 일부러 심어놓은 분위기지만 매화가 떡하니 꽃을 피우고 있다.

아름다운 그 자태에 매료되어 바라보다가 다시 수산봉 반대편 쪽으로 내려간다. 돌아 돌아 내려가니 수산 봉이 끝나는 지점에 '수산저수지'가 떡하니 있는데 올레길이 그 주변을 돌면서 가는 길이었는데 조류독감 AI 의 열풍으로 철새가 있는 저수지 쪽은  떨어져 동네 골목으로 돌아간다.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간혹 할머님만 보이는 그곳에서 호젓하게 마을길을 걷는다.




한참을 걷다가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근처에서 어둠이 내려와 조심히 길을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큰길 쪽으로 걸어 올라가니 길이 바로 초등학교가 나오는 길이어서 작은 구멍가게에 여쭤보니 다시 되돌아가서 다시 숲길을 지나 가야 '항몽유적지'가 있단다.

다시 터덜터덜 왔던 길을 되돌아가니 길이 막혀있어 길인 줄 모르고 갔던 곳이 길이었다.

항몽유적지 13코스를 따라 나아가니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중산간지역에는 가로등이 없어 완전 암흑으로 뒤덮이고 간신히 간신히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길을 찾아가는데 정말 난감한 일이다.

갑자기 하늘을  올려다보니 북두칠성을 비롯한 별들이 선명하게 박혀있다.

그 별들을 낟침판삼아 가고도 싶지만 아직 나에겐 그 정도의 지식이 많지도 않고, 갑자기 멀리서 빨간색 파란색 불빛이 다가온다.


"경찰차다."


도움을 받아 버스정류장이 있는 곳으로 이동을 부탁드리고, 여차여차 간신히 숙소로 돌아오게 된다.




2017.01.30

https://brunch.co.kr/@269199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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