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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un 04. 2016

눈뜨자 바당이 보인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제주, 올레17

제주도, 제주올레,제주, 올레길,제주바다, 무수천트멍길, 이호테우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아침에 눈뜨자 바당이 보인다.

창문을 열 필요 없이 눈만 뜨고 고개를 들면 바다가 보이는 잠자리는 정말 처음이다.

모두들 쌔근쌔근 자고 있는터라 바다를 한참 바라보다가 못다 쓴 일기를 쓴 후 조용히 일어나 아침을 먹으러 간다. 아침이 토스트와 계란 소시지와 야채까지 푸짐하다. 든든히 먹고 난 후 여장을 여유롭게 준비해 올래 17코스로 가는 길을 검색한다.

오히려 공항에서 가는 길이 빨라 보이는 이곳에서 36번 버스를 타고 5일장까지 갔다가 다시 한라병원까지 가서 960번 버스를 타고 '광령1리 마을회관 앞'으로 간다. 앞에서도 '광령 식당'을 찾는데 그 식당은 있는데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나와있지가 않다. 아마도 '광령 식당'을  기점으로 내려가는데 계속 이정표를 찾을 수 없어 '무수천 사거리'까지 걸어가서야 17코스의 시작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정말 호젓한 그길은 제주시가 아직은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 같은 사실이었다.

개발의 논리가 팽창해 있는 그곳에  아직은 아름다운 생얼을 간직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다가 '무수천트멍길' 쯤에서 스케치북을 펴고 스케치를 한다.

해가 강하게 내리쬐서 온몸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지만 참고 그린다.

풍경이 아름다워 더위를 잊었다는 게 더 나은 듯하다.

'외도 천교'를 지나 '외도 월대'를 넘으니 바다가 보인다.

강과 바다는 그렇게 극적으로 만나고, 그 경계는 그렇게 아름답다. 마치 태초에도 그 공간은 변하지 않고 있었을 것처럼 편안함을 시원함을 준다. 둥근돌들이 거센물들로 하여금 여기 바다까지 옮겨왔다는 '알작지 해변'을 지나 제주시에서 제일 가까운 어제 '안 브런치 게스트하우스'로 가기 위해 갔던 '이호테우해변'을 거닌다. 걷다 보니 제주 도민인 분이 해변에서 나오는 '용천수'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그 담수로 여름에 아이들은 간단한 샤워도 한다니 제주도민의 비밀을 공유한 나는 벌써 도민이 된 기분이다.

'말 모양 등대'를 거쳐 '도두 추억의 거리'를 지나 게스트하우스에 들러 물 한잔을 마신 후 '도두봉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는 수학여행 온 예쁜 여고생들과 선생님들이 추억 만들기에 여념 없다. 조용히 사진 몇 장만 찍고 방해하지 않고 내려온다.

여기서부터 제주시 해안가 길이다.

'어영소공원' '용담레포츠공원'을 지나 제주에서 조금 외곽이지만 아름다운 바닷길을 걷는다.

한쪽으론 공항에서 비행기가 출발하고, 들어오고 있어 이곳이 비행기를 이용해 올 수 있는 휴양지 같은 곳이구나 실감하게 된다.

'용두암'을 마주하니 내가 이 친구를 마주한 시간들이 차례로 지나간다.....

대학교 때, 제주도 친구를 만날 때, 그리고 지금까지....

용두암도 많이 늙어 옛날 기개를 볼 수 없을 만큼 노쇄했다. 이곳 역시 중국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한국말을 쓰면 반가울 정도다. 조금 더 가서 '김희선 몸국'집을 가는데 5시 30분이 닫는 시간이라 1시간이 늦었다. 어쩔 수 없이  '용연다리'를 건너 제주 동네 골목골목을 지나 옛 제주 관아 '관덕정'에 도달한다.

역시 시간이 지나 문을 닫아 앞쪽에서 사진만 찍고, 오늘의 끝 지점 '산지천 마당'에 도착한다.

거기서 '동문시장'을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어제 봤던 중국인 친구가 반갑게 말을 걸어 한 시간여 폭풍 수다를 떤뒤 씻고 일기를 쓰다 내일 일찍 비행기를 타기 위해 무거워진 눈꺼풀에 몸을 맡긴다.

2016.05.31

https://brunch.co.kr/@269199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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