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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Aug 17. 2015

섬, 바다 횡단 길-대부도 해솔길 7코스

안녕, 그리고 다시 만날 날을 위하여...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사람은 갈등하는 동물이다

아침부터 대부도 7코스를 남겨놓고 아까워서 다음에 갈까 아니면 오늘 갈까 여러 번 고민했다.

하늘은 조금씩 안개가 껴 있을 정도로 날씨는 너무 덥지 않고 좋았지만 고민에 고민을 더한 끝에 마지막 대부도 7코스를 가기로 결정했다.    

생각보다 길들이 많이 막히지 않아서 다이렉트로 쭉 가서 ‘탄도항’에 내렸다.

‘탄도항‘에서 ’누애섬‘을 바라보다가 뻘을 정리하던 커다란 배를 보며 더운 열기를 느끼며 대부도 7코스를 향하는 이정표를 찾았다. 처음에는 이 길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으나 이내 해솔길을 표시하는 매듭을 발견하고 안심하고 걸을 수 있었다. 낚시하러 오신 아저씨께 여쭤뵈니까 이 길이 대부도 초입과 맞다아 있다고, 원래 개통했던 길인데 지역민들이 농작물 훔쳐가서 피해가 된다고 길을 다시 막아 버렸다고 한다. 맞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차들은 안 다니고 간혹 자전거만 어쩌다 다니니 나만의 길이 되어버린 것 같아 왠지 나만의 새로운 도전처럼 느껴져서 두근두근했다.


앞쪽 길은 일부러 정리를 안 했는지 양쪽이 칡넝쿨로 우거져 마치 몇십 년 후 좀비가 나오는 길처럼 느껴졌다. 마치 저길 끝에서 좀비들이 나에게 달려올 것 같은 그 길을 걷고 또 걷는데 이 아름다운 주말에 전화가 왔다.

미술감독에서 영화감독으로 전환하고 있는 윤 감독으로부터 미천한 나의 조언을 받고 싶었는지 한 시간여를 전화를 놓지 않아서 대화의 마무리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한 시간여를 통화하면서 걷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왼쪽 마을로 이어지는 길도 있고 해서 마을로 돌아서 나와 보기도 하고, 논두렁을  지나기도하며 다시 끝없이 이어진 도로길을 걸었다. 오른쪽에는 수풀과 시화호가 흐르고 있어 이곳이 바다 위 섬인지 강이 흐르는 들판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간간이 도로 중앙에 변들이 보였는데 아마 유기견과 고라니와 토끼들인  듯했다.

한참 가다가 덥기도 하고 오른쪽으로 육지의 끝자락 같은 ’어섬‘의 풍광이 좋아서 멈춰 서서 새 스케치북을 꺼내는데 종이가 너무 하예서 밝은 그림을 그리려니 항상 선글라스를 쓰다가 이제 벗은 것처럼 어색했다.

그래도 그간의 느낌이 있어 쓰윽쓰윽 그리고 있는데 저쪽 내가 걸어온 쪽으로부터 무슨 폭발음이 들려온다.

“우르릉 쾅쾅“


하늘이 검어지고 풍경에 깔려 있던 더운 안개들이 걷친다.

이 드라마틱한 하늘은 내가 그리고 있던 ‘어섬’의 하늘까지 점령해 버린다.     


“비가 오려나?“    


붓놀림을 빨리 정리하려다가 바뀐 하늘의 모습이 더 아름다워서 그 하늘을 그린다. 뭉개 뭉개 검은 구름이 피어오른다. 그림을 서둘러 끝내고, 아직 한참 남은 길을 조금 서둘러 가니 구름은 저  길 앞으로 한줌을 빛만 남긴 채 하늘을 점령해 간다.

이 놓치고 싶지 않은 모습은 도대체 영화를 봐도 그 무엇을 봐도 볼 수 없는 뭉클함이 있어 나의 마음을 움직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거세게 내리며 우산을 마구 흔들어 댄다.

비와 바람과 천둥과 번개가 사중주를 이루며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막는다.

비가 내리는데 눈물이 내린다.    


“너도 내가 마지막을 돌고 떠나가는 모습을  아쉬워하니? 미안해 또 올게“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눈물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미안해... 내가 너를 버리는 게 아니야. 다른 너를 만나기 위해 잠시 시간을 갖는 거야... 잘 있어 대부도야. 너의 바닷내음, 포도향기, 돌배의 우직한 단내, 벌레 먹은 복숭아의 단맛 그리고 아름다운 누애섬 쪽박섬들과의 우정에 대해 나는 잊지 않을 거야... 다시 올게. 약속해’


길은 점점 어두워가고 간사한 나의 마음에는 사람이 그리워졌다.    



2015.08.16

https://brunch.co.kr/@2691999/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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