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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Sep 03. 2019

'삼악산'에 올라 구름 위에 둥둥 춘천을 유영하다.

등선폭포, 흥국사, 용화봉, 삼악산 전망대, 상원사, 의암댐, 닭갈비


http://cafe.naver.com/hongikgaepo




 화악산 운악산 등 경기 오악 중 하나인 삼악산(645m)의 주봉 '용화봉'으로 가기 위해 8월에서 9월로 넘어가는 날 수업이 끝나고 머리에 렌턴을 켠다.

'강촌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등선폭포'를 가는데 기사님이 등선폭포 쪽 데크 공사 중이라고 하셔서 흥국사 우회길로 오른다.

밤, 계곡도 바람도 시원하지만 약간 무서운 건 밤에 들리는 예민해지는 들짐승 소리와 곤충들 그리고 유사시 나도 모르게 밟게 되는 뱀의 위협이 두렵다.  

내가 그들을 먼저 건들지 않으면 그들도 나를 위해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조심조심 발걸음을 뗀다.

힘들다는 333계단에 이르러 물로 목을 축이니 산에서 포악한 나뭇잎 밟는 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앉아 있으니 그쪽 친구도 나를 발견한 듯 잠시 조용히 있다 다시 포악한 발자국 소리를 내고 가까워진다.


"이 녀석 일부러 내쪽으로 오는 건가?"


의심스럽다.

소리가 가까워지다 무언가 생각하는 듯 발자국이 주춤하더니 점점 소리가 멀어진다.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손바닥만 한 밤하늘의 별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어서 인지 많이 두렵지는 않았어도 손에 잡은 스틱에 땀이 미끄럽다.






밤공기는 차갑고 3킬로 남짓 되는 산은 밤이어서 더욱 멀게 느껴진다.

어두운 터널을 헤치듯 계단을 오르고 다시 바위가 많은 산길을 오르니 아름드리 큰 나무들이 나타난다.

다행히 이산은 전쟁과 화마가 심각하게 지나지 않았는지 오래된 나무들이 많다.

다시 바위를 오르니 밤하늘 수많은 별들과 함께 춘천과 소양호를 생각보다 가까이 보여주는 '용화봉'이 나타난다.

'용화봉'에서 시간을 보내고 전망대로 이동하려는데 발밑에 나타난 뱀 한 마리,

1미터가량의 가는 회색 뱀을 자칫하면 밟을 뻔했는데 다행히 발견하고 물러서니 스르륵 돌들 사이로 사라져 간다.

밤이라서 그런 걸까?

야생동물이 활발히 활동하는 밤의 삼악산이다.

10여분 비교적 쉬운 길을 통해 '삼악산 전망대'에 올라서니 '춘천'과 그 도시를 둘러싼 병풍 같은 산의 모습과 '소양호'가 한눈에 들어찬다.

감탄하고 있다 짐을 두고 온 '용화봉'으로 돌아가 늦은 저녁을 먹고 전망대로 돌아온다.







아침, 구름이 '춘천'을 삼켜버렸다.

도시는 보이지 않고 구름만 가득 차 있다.

마치 지리산 자락 어느 봉우리에 올라선 것처럼 다른 세상에 와 있다.  

아침 해가 붉은 혀를 내밀기 시작하고, 세상은 마치 나를 중심으로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사방이 구름으로 그득하다.

아침을 먹고 구름이 걷히길 기다리다 먹으로 스케치 한 장을 한다.

구름만 그리면 어딘지 모를 듯하여 내가 서 있는 곳에 같이 서 있는 나무들을 함께 넣어 그려준다.













구름이 사라지길 기다리다 10시가 지났는데도 구름은 오히려 산 위로 올라오고 있고, 사라지진 않는다  

짐을 챙겨 느지막이 의암댐 방향으로 내려간다.

확실히 이쪽 길은 험하다고 하더니 악산의 명성을 잘 드러내듯 하산이 쉽지 않다.

30여분 내려왔을까? 절벽 위로 내려다 보이는 춘천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그새 구름이 걷힌 것 같다.

아직 바람도 시원하고 시간도 이른 시간이라 여유롭게 스케치를 한 장을 더 한다.

소나무에 기대어 그리니 엉덩이가 빨간 개미들에게 소문이 났는지 그림 주변으로 몰려든다.

그림을 보려고 모인 줄 알았더니 붓씻는 물통에 입수해서 수영도 하고 물감에서 색깔놀이도 하며 나름의 놀이공원을 즐기나 보다.

커피 한잔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나니 태양이 뜨겁고 바람이 사라진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니 하루가 길다.









거리론 2킬로가 안 되는 바위와 나무의 길을 최대한 천천히 내려간다.

이쪽 길은 물이 없어 아쉬운 길이기도 하다.

그래도 바위를 안고, 로프를 끌고, 나무의 손을 잡으며 온몸의 근육을 이용해 힘들게 내려온다.

땀이 나고, 온몸이 풀릴 때쯤 밑에 '상원사'가 보이길래 거기서부턴 길이 제대로 있을 줄 알았는데 거기서부터도 돌길에 돌계단과 급한 경사로다.

온몸이 땀범벅되어 내려오니 보이는 의암댐, 길 따라 올라가 다리 건너기 전 손을 들어 탄 50번 버스로 포스코 아파트에 내려 춘천 사람들이 더 많이 간다는 '1.5 닭갈비' 집에서 닭갈비를 먹고  '남춘천역'으로 이동해 '춘천'과 '삼악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온다.  












2019.08.3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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