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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Sep 26. 2015

제주도에서 첫째 날; 한라산  ​

관음사, 삼각봉, 백록담, 성판악,겨울산, 태국친구, 겨울산, 등산


 
비행기는 국내든 국외든 항상 설레게 한다.
내가 먼 곳으로 가고 있다는 걸 의식하게 만드는 일종의 파스퇴르 반응이 아닐까?
한라산의 백록담을 3회차에도 못 갔다가 간신히 처음 조우했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금 기대하고 가기 위해 과정을 조금 준비해서 버스 노선과 등산 코스를 정확하게 계획 잡고 갔다. 전에 갔던 '성판악'에서 '관음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역방향으로 가기 위해 관음사로 가는 길목에 있는 '제주 국제 대학교'에 하차해서 등산을 시작했다. 네이버가 가르쳐준 관음사 들머리는 30분이 지나도 안 나오고, 길에서 만난 할아버지들은 늦었다고 '어리목'으로 가라고 방훼를 놓았다. 도로를 따라 한 시간,  간신히 도착한 관음사 들머리, 관음사에서도 20분을 걸어가야 있는 그곳에서 10시에 출발했다

. 산은 이미 봄이 온 듯 눈이 녹아 푸른 이끼들이 반겨주는  듯했다. '삼각봉'까지 12시 30분에 도착하지 않으면 '백록담'까지 갈 수 없다는 말에 조금 속력을 내서 열심히 달렸다. 한참을 하산하는 사람들만 보이다가 중턱에서부터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일반 가방에 잠바를 입고 온 20대 초반 용자(용감한자)도 있었고, 신혼여행을 와서 등산을 온 듯한 젊은 부부도 있었다. 간신히 10분 전에 삼각봉에 도착해 간단히 요기를 하고 통제구간을 넘어서서 샘이 있는 곳에서 사발면으로 점심을 먹고, 백록담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속도를 냈다. 정상으로 가면서 점점 눈이 있는 구간이 많아졌고, 앞서 잘 달리던 신혼부부는 중간에 내려가고 있었다. 아이젠이 없다고 누군가가 못 올라간다고 했나 보다. 투덜거리면서 내려가는데 속으로 ‘괜찮아요‘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다른 이의 결정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서 묵묵히 올라갔다.

백록담을 멀리서 볼 수 있게 된 지점부터 만만치 않은 경사의 눈길에 연속 미끄러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누군가 쓰던 나무 막대기가 있어서 그걸 집고 올라가니 훨씬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20대 초 용자도 점점 뒤처지더니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마 아이젠 없이 힘들었던 것 같다.

한참을 올라가니 한 아저씨가 “정상에 올라가기 전 하산하라고 막아요 “라고  이야기해준다.. 아마 그 신혼부부였으면 또다시 내려 갔을 텐데.... 산에 올라가다 보면 방훼꾼들이 많다. 반만 믿고 반은 믿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가벼운 말에 내 갈길은 완전 바뀌게 되는 상황이 온다. 난  아랑곳하지 않고, 나무 막대를 의지해 올라갔다. 정상에 도달하자 아름다운 백록담의 자태가 나를 위로해 주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숨을 들이켠 후 까마귀떼와 운치를 나눈 후 조심조심히 '성판악'의 하산길로 접어 들었다.




하산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한라산이다. 완만하면서도 남쪽에서 제일 높은 산이니 전체 길이는 엄청나다.

열심히 걷다 보니 눈길에서 미끄럼도 타고, 휘청거리기도 몇 차례, 진달래 고개를 지나 교통이 편한 성판악 입구로 내려와 시간을 보니 6시, 장장 9시간의 쉬지 않은 산행길은 다시 한번 나를  리셋시켜주는 역할을 해 줬다.
버스를 타고 '서귀포'로 내려가는 길은 점점 어둑해지고, 숙소인 '민중각'에 도착해 방에 들어서니 안에 태국 포토그래퍼 '페드로'라는 친구가 있다. 감기에 엄청 고생하고 있는데 방금 도착했다고 한다. 폭풍 같은 질문을 쏟아내던 그 친구에게 답변을 해주다가 샤워를 하고, 같이 ‘용이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조금 가격이 올랐지만 여전히 맛있는 밥맛으로 여행객들로 문전 성시였다. 하나로 마트에 들러 막걸리와 한라봉을 사니 페드로는 똑같은걸 산다.
내일 우도 가는데도 따라가겠단다. 데려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그 친구는 우도 가는 채비를 다 마쳤다.. 모르겠다, 이 녀석 짐이 될 텐데... 귀찮음을 찝찝하게 남기고, 잠에 들었다.
 

2015,3,29

https://brunch.co.kr/@269199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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